자율주행차 경쟁력의 핵심은 위치정보이듯
IoT·빅데이터 승패는 통신기술서 갈려
재난 대비 위해서도 통신위성 자체개발을
류장수 < 한국우주기술진흥협회장·AP위성 대표 >
한국은 우주개발에 들어간 지 30년 남짓한 기간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많은 성과를 냈다. 초(超)지능, 초연결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로 통신방송위성과 정밀항법위성이 급부상하면서 한국도 이들 위성을 자체 개발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부각되는 산업은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자율자동차 등을 꼽을 수 있다.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산업의 경쟁력은 결국 통신기술과 통신인프라에서 갈릴 것이다. 통신방송위성은 오지는 물론 바다, 하늘 어느 곳에서도 가능한 전천후 통신을 제공한다. 또 자율주행차가 일반화되기 위해서는 1m 이하의 실시간 위치정보 획득이 필수인데 정밀항법위성만이 이를 가장 경제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이들 기술이 없는 국가는 기술종속국의 신세를 면하기 어렵다. 구글이 각국과의 마찰을 감수하면서까지 위성자료에 목매고, 제프 베저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각각 수천 개의 인공위성 발사 계획과 재사용 우주발사체 개발에 그토록 열을 올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 인공위성 개발사업에서 아쉬운 점은 관측위성 개발사업만 추진하고 있지 통신방송위성 국산화에는 나서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1990년대에 착수된 무궁화 1호 통신방송위성부터 올 5월 발사돼 운영 준비 중인 무궁화 7호까지 지상국은 국산화 개발했지만 통신방송위성은 모두 해외에서 도입했다. 무궁화 위성사업은 기업이 수익을 내야 하는 상업적 용도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었다. 지금까지 발사 운영되는 세계 통신방송위성을 용도별로 분류해보면 상업적 용도와 공공용도가 대략 절반씩이다. 따라서 기업이 필요에 의해 추진하는 상업적 용도는 별도로 하더라도 재난 및 긴급통신 등 공공용도의 통신방송위성은 반드시 국내 자체 개발사업으로 추진해 설계부터 제작까지 기술을 확보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통신방송위성은 사용자 측면에서 보면 고정형 통신방송위성(FSS·fixed satellite service)과 이동형 통신방송위성(MSS·mobile satellite service) 두 종류가 있다. 고정형은 유선전화기처럼 고정된 상태에서 통신하는 것이고, 이동형은 휴대폰처럼 사용자가 이동 중에도 사용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이동형 통신방송위성은 이동 중에도 소형 단말기로 위치 추적과 전천후 통신이 가능하기 때문에 활용 분야가 매우 넓다. 위성활용산업 육성을 위해서도 놓쳐서는 안 되는 분야다. 현재 통신방송개발사업이 기획·평가 단계에 있는데 미흡한 점이 있다면 조속히 보완해 실기하지 않고 착수해야 한다.
통신방송위성은 관련 산업의 파급효과가 매우 커 많은 일자리 창출도 기대할 수 있다. 세계 우주산업 규모는 연간 3200억달러 정도로 추산된다. 이 중 통신방송위성과 관련된 지상기기 제조 및 서비스 등 관련 산업을 포함한 규모는 약 1100억달러다. 한국은 범용 통신방송위성으로 방송이 수신되는 위성방송수신기와 위성휴대폰 등으로 10억달러 정도 수출하고 있다. 세계시장 규모에 비해 너무 적다. 한국은 정보기술(IT)산업에서 높은 기술경쟁력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잘 접목하면 조만간 세계시장의 10% 정도는 점유해 100억달러 이상의 새로운 시장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위성의 제조 및 활용산업은 고부가가치산업이어서 수만 개의 기술집약적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다. 위성활용산업은 통신방송위성 자체 기술과 연계될 때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 통신방송위성 국산화 정책을 추진하지 않으면 이들 산업을 육성하기가 쉽지 않은 이유다. 앞서 언급한 이동형 통신방송위성은 북한의 위협 속에서 사는 우리로선 평시에는 활용산업 활성화를 위해 이용하고, 지상통신이 마비되는 홍수 등 재난이나 국가 위기 발생 시에는 긴급통신 용도로 전환할 수 있다. 고부가치산업 육성으로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재난 대비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것이다.
류장수 < 한국우주기술진흥협회장·AP위성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