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모간, 한국서 펀드사업 접는다

입력 2017-09-20 18:10
골드만삭스운용 이후 5년 만에 또 철수

펀드시장 침체로 3년째 적자…10년 만에 공모펀드사업 손 떼
피델리티 등 글로벌운용사들, 한국서 잇따라 구조조정


[ 김우섭/하헌형 기자 ] 금융회사 JP모간의 한국 법인 JP모간자산운용코리아가 사실상 국내 시장에서 철수한다. 펀드시장 침체와 회사 수탁액 감소, 늘어나는 적자 등 ‘삼중고’에 시달린 끝에 한국 진출 10년 만에 공모펀드 시장을 떠나기로 했다.

20일 JP모간자산운용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 회사는 은행 증권 등 판매사에 설정된 펀드를 다른 자산운용사로 이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통보했다. JP자산운용 관계자는 “JP모간 미국 본사의 결정으로 한국 사업 모델 일부를 조정하기로 했다”며 “한국 시장을 완전히 떠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JP모간자산운용은 앞으로 한국에서 신규 펀드를 만들지 않을 방침이다. 회사 측은 펀드 사업을 제외하고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한 투자 자문업은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 회사가 30개 공모펀드(수탁액 1조1799억원)에서 대부분 수익을 올리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 시장을 떠나는 수순을 밟고 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JP모간자산운용은 이미 2015년 말 47명이던 임직원 수를 32명으로 31.9% 줄였다. 다만 관계사 JP모간증권 서울지점과 JP모간체이스은행 서울지점은 영업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2007년 설립된 JP모간자산운용코리아는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든 중동·아프리카와 중남미 지역 투자펀드, 천연자원 펀드 등을 소개하며 자금을 끌어모았다. 2009~2010년엔 국내 주식 시장에 투자하는 ‘코리아트러스트(현 한국오퍼튜니티)’ 펀드가 각각 58.04%, 39.58%의 수익을 내며 시중 자금을 휩쓸었다. 이 펀드는 설정액이 2조원(2011년 말 2조625억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국내 주식형 펀드 가운데 2위였다. 수탁액이 늘면서 2012년엔 한국 시장 진출 이후 최대인 18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하지만 펀드 수익률 하락과 함께 다양한 해외 상품을 내놓는 국내외 운용사가 늘어나면서 어려움에 빠졌다. JP모간자산운용 수탁액도 2011년 말 3조3415억원에서 1조2872억원으로 줄었다. 지난해엔 한국 시장 진출 이후 최대인 11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입었다. 올 들어서도 2분기까지 8억원의 적자를 냈다.

외국계 운용사의 한국 사업 철수는 2012년 골드만삭스자산운용 이후 5년 만이다. 외국계 운용사들은 펀드 시장의 장기 침체 속에 구조조정을 하며 최소한의 인력만 남겨두고 있다. 한국 운용사업을 접을 것이란 소문이 끊이지 않는 피델리티자산운용은 50명 안팎이던 직원 수를 37명으로 줄였다.

피델리티자산운용은 지난해 1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낸 데 이어 올해도 적자(-3억원)를 면치 못하고 있다.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은 삼성액티브자산운용에 펀드 판매 영업권 등을 넘기는 방안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계 자산운용사의 철수는 그만큼 한국 펀드시장 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자산운용 업계 관계자는 “국내 펀드시장이 당초 예상보다 성장하지 않고 있는 데다 외국계 운용사는 계열사 펀드를 팔아주는 방식으로 영업이 이뤄지는 한국 시장에 한계를 느낀다”고 말했다.

김우섭/하헌형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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