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화학·건설 "반갑다! 유가 급등"

입력 2017-09-17 19:25
유가 53달러…7개월 만에 최고
수요 증가 기대에 유가 상승세
OPEC 감산에 더 오를 가능성

유화업계, 수익성 확대 기대
중동 건설·플랜트 발주도 늘듯


[ 김보형 기자 ] 국제 유가가 배럴당 50달러를 웃돌며 7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유가 하락으로 지난 2분기 실적 부진에 시달렸던 국내 정유업계는 3분기 실적 개선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석유를 원료로 쓰는 유화업계도 제품 가격 상승에 따른 수익성 확대를 예상하고 있다. 미국의 셰일원유 생산 확대로 인한 저유가 지속에 주춤했던 중동의 건설 공사와 해양 플랜트 발주도 활기를 띨 전망이다.


◆유가 왜 오르나

한국석유공사가 집계한 지난 16일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전날보다 0.07달러 상승한 배럴당 53.64달러였다. 지난 2월(54.39달러)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내에서 주로 수입해 쓰는 두바이유는 미국의 셰일원유 생산 증가 여파로 지난 6월 46.47달러까지 떨어졌으나 그 뒤로 꾸준히 반등하고 있다. 뉴욕 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된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 가격도 지난 7월31일 이후 2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49.89달러에 마감했다.

최근 유가 상승은 수요 증가 기대감이 이끌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세계 석유 수요 전망치(하루평균)를 전월보다 각각 5만 배럴과 10만 배럴 높인 9677만 배럴과 9773만 배럴로 조정했다. 내년에도 올해 대비 1.3~1.4% 수준으로 석유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셰일원유 채굴이 주춤하고 있는 것도 유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유전 정보 서비스 업체인 베이커휴스에 따르면 미국 내 셰일원유 시추공은 749곳으로 지난 1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셰일원유는 채굴 비용 하락으로 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수준을 유지해도 이익을 낼 수 있게 되면서 유가 상승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꼽혔다. OPEC 등이 산유랑 감산 연장을 검토하는 등 공급 조절에 나설 계획이어서 유가가 더 오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조선·건설업계도 ‘기대 만발’

유가가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면서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의 실적 전망에 청신호가 켜졌다. 유가가 오르면 정유사가 미리 들여온 원유 재고 평가액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유가가 배럴당 1달러만 올라도 수백억원에 달하는 평가 이익이 발생한다. 주유소에 휘발유를 공급하는 가격의 기준이 되는 국제 제품 가격인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이 연중 최고치인 10달러를 웃돌고 있는 점도 실적 개선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정유업계 맏형 격인 SK이노베이션의 3분기 영업이익은 2분기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8000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원자재인 유가가 오르면 석유화학 제품 가격도 동반 상승하는 만큼 석유화학 업계도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을 생산하는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의 3분기 영업이익은 2분기보다 소폭 늘어난 7000억원대와 8000억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업계도 유가가 오르면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의 사회간접자본(SOC) 공사 발주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 들어 해외건설 수주액은 205억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2010년(716억달러)의 30%에도 못 미친다. 유가가 배럴당 50달러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면 저유가로 연기가 잇따랐던 대형 토목공사나 해양 플랜트 발주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경기가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 유가가 현 수준을 연말까지 유지하면 내년 초부터 조선·건설업계에 대형 일감들이 쏟아져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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