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과 시각] 4차 산업혁명, 제조업 부흥의 전기 돼야

입력 2017-09-17 18:52
공장 스마트화·서비스와 융합 절실
지능형반도체 등 부품소재 첨단화
기업도 사업재편 등 '제2 창업' 필요

유병규 < 산업연구원 원장 >


국내 제조업의 성장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깊다. 조선산업과 해운산업이 구조조정 중이고 자동차산업이 수출 및 생산부진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국내 산업의 4분의 1 정도가 공급과잉 상태이고, 업황부진으로 수년 동안 이자도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은 줄지 않고 있다. 세계 산업의 수급구조 악화 때문이다. 세계적인 저성장기조 속에 개발도상국들의 투자증가로 만성적 공급과잉 상태가 돼 세계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보호주의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세계 최대 생산공장으로 부상한 중국의 급속한 추격은 한국 산업의 숨통을 더욱 옥죄고 있다.

제조업은 국민경제활동의 깊은 뿌리다. 모든 소비와 좋은 일자리의 최대 원천이다. 서비스업도 수요를 창출하는 튼실한 제조업 기반 위에서만 성장이 가능하다. 미국, 독일, 일본, 중국 등 경제대국들은 모두 제조업을 토대로 국가경제가 성장하고 이를 바탕으로 서비스업이 발전하고 있다. 제조업이 무너지면 곧바로 한국 경제 ‘성장판’이 닫히고 ‘고용절벽’에 직면하게 된다.

다행히 국내 제조업은 새로운 활력을 찾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고 있다. 산업 전반의 생산과 수요체제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이 전개되고 있는 까닭이다.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을 기반으로 초연결성과 초지능성이 심화되는 이번 산업혁명은 산업 생산성과 부가가치를 높이며 전에는 볼 수 없던 새로운 사업과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

국내 제조업은 네 가지 혁신을 서둘러야 한다. 첫째는 소득양극화 해소 등으로 갈수록 심화되는 고비용 구조를 극복하기 위해 IoT, AI 등과 연계해 제조 전 공정을 효율적으로 통합하는 생산의 스마트화를 이루는 것이다.

다음은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융합이다. 세계 최대 제조업체인 GE사는 비행기엔진 생산과 함께 산업용 사물인터넷을 활용해 엔진 유지보수 서비스 등을 함께 제공한다. 현재 국내 제조·서비스업 융합 수준은 일본의 절반 정도고 중국보다도 낮다. 원활한 산업융합을 위해서는 금융, 물류, 연구개발과 같은 국내 서비스업 발전이 필수적이다.

세 번째는 자동차와 같은 기존산업뿐만 아니라 로봇과 같은 신산업 분야에서 차별적 경쟁력을 지닌 부품소재 산업의 첨단화가 절실하다. 지능형 반도체소재, 센서, 2차전지와 같은 핵심 부품소재 부문을 장악하는 나라가 장차 산업강국이 될 것이다.

네 번째는 갈수록 높아지는 환경규제 장벽을 넘고 국내 에너지 다(多)소비 구조를 탈피하기 위한 에너지 효율화다. 에너지원을 대부분 수입하는 한국 실정에서 신재생에너지를 확보하고 에너지 사용과 공급체제를 효율화하는 일은 매우 시급하다.

제조업 혁신은 경제제도 개혁을 수반해야 성공할 수 있다. 우선 기업주도의 선제적 구조조정 체제가 요구된다. 국내 산업은 이제 생산방식과 함께 제품과 서비스를 바꾸지 않으면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는 제2 창업기에 직면해 있다. 기존 사업의 부실화 이전에 사업을 효율화하고 신사업으로 전환할 수 있는 여건과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 기업 자율의 선제적 사업재편을 활성화해 신사업과 일자리를 만들고 재정적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대기업의 물적·인적 자원과 중소벤처기업의 기술력을 결합해 상호 수익력을 높이는 대·중소기업 혁신 상생체제 구축도 시급하다. 기업 간 원활한 기술거래와 인수합병(M&A)을 위한 자본시장이 발달해야 한다.

국내 산업은 그동안 설비투자 중심으로 급속한 양적 성장을 달성했다. 이제는 고도의 기술력과 풍부한 창의력, 그리고 왕성한 도전정신을 지닌 인적 자본을 양성하는 데 투자재원을 집중해야 한다. 설비투자 공제제도를 임금인상과 교육투자 공제제도로 전환하고, 입시제도 개선보다 한 차원 높은 교육체제 개편 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

유병규 < 산업연구원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