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규제'의 역설 - 물류 규제
물류비 절감하려는 기업들
규모 큰 외국사 선택 불보듯
[ 임도원 기자 ]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물류정책기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정부가 경제력 집중과 경쟁 저해를 막기 위해 대기업집단(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는 물류회사에 대해 계열사와의 내부거래를 못하도록 명령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다.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대기업 물류사인 현대글로비스(2016년 기준 67%), 삼성SDS(88%), LG 계열 판토스(70%) 등을 겨냥한 법안이다. 대기업이 이들 계열 물류회사 대신 중소 물류회사와 거래하도록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에 더해 대기업 물류회사가 계열사와의 내부거래를 전체 거래의 50% 이하 비중으로 유지하도록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물류업계 안팎에서는 이 같은 규제가 결국 외국계 물류회사의 배만 불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물류회사가 화주의 물류비용을 절감시키려면 화물을 여러 화주로부터 한꺼번에 모아서 운송해야 하며 귀항할 때도 배를 빈 채로 놔두지 않고 다른 화주를 구해서 화물을 선적해 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기업 물류회사처럼 국내외에 방대한 네트워크를 갖추고,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규모가 받쳐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구교훈 우송대 물류시스템학과 교수는 “기업 물류회사들이 떠난 자리는 DHL, 쉥커 같은 외국계 회사가 채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야당은 대기업 물류회사들을 옭아매는 법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2월, 정인화 국민의당 의원이 6월 각각 발의한 해운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대기업 물류회사들이 계열사의 물량만 취급하도록 하고 다른 일반 화주의 물류 또는 해운중개는 금지하는 내용이다. 중소 물류회사들이 대기업 이외의 화주들로부터 일감을 따내기 쉬워지도록 지원하겠다는 취지지만, 이 역시 외국계에만 실익이 돌아갈 것이라는 관측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이승재 전문위원은 지난 1일 검토보고서에서 두 개정안에 대해 “대기업에 대한 진입 제한은 글로벌 대형 외국계 물류회사가 국내 시장을 잠식하는 결과를 가져올 우려가 크다”며 “화주의 물류회사 선택을 제약해 수출입품 비용이 상승할 우려도 있다”고 분석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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