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비교적 저렴하고 중도금 집단대출도 가능
'한양수자인 사가정 파크' '공덕 SK 리더스뷰' 등 흥행
강북 중소형 인기 재현될 듯
[ 이소은 기자 ] 서울 전역이 ‘8·2 부동산 대책’에 따라 투기과열지구로 묶이면서 상대적으로 자금 부담이 적은 강북권 신규 물량이 인기를 얻고 있다. 대출 규제로 강남권의 진입장벽이 높아짐에 따라 일반 수요자들은 비교적 분양가가 저렴하고 중도금 집단대출이 가능한 강북 지역으로 눈길을 돌리는 추세다. 서울 변두리 지역으로 인식되던 중랑구 면목동 재개발 물량도 상당한 청약 경쟁률로 1순위 당해 마감을 기록했다. 동대문구, 은평구 등 그간 공급이 많지 않던 지역에서도 연말까지 신규 분양이 이어질 예정이다.
◆대출 규제에 낮은 분양가 인기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한양이 서울 중랑구 면목동에 공급한 ‘한양수자인 사가정 파크’는 최근 1순위 청약 접수에서 204가구(특별공급분 32가구 제외) 모집에 1305명이 신청해 평균 6.4 대 1로 모든 타입이 마감됐다. 가장 많은 청약통장이 몰린 전용 59㎡는 최고 115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중랑구는 구리·남양주 등과 접해 있어 서울 변두리 지역으로 인식되던 곳이어서 이번 청약 결과는 의미있는 성적표로 받아들여진다.
주거 선호도가 크게 높지 않았던 지역임에도 이 같은 흥행을 기록한 데 대해 전문가들은 8·2 대책의 영향으로 분석했다. 대출규제가 강화되면서 분양 총액이 낮아 자금 부담이 적은 강북권 신규 물량에 수요자의 관심이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분양대행사 가함의 박기정 이사는 “서울로 진입하려는 ‘인(in) 서울’ 수요자가 많은 데다 분양가 총액이 8·2 대책의 대출규제를 받지 않는 6억원 이하여서 실수요자가 대거 몰린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이번 대책에 서울 전역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서 서울에서 새 아파트를 분양받을 경우 주택담보대출 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기준이 기존 60%에서 40%로 낮아졌다. 이 기준은 중도금 집단대출, 잔금 집단대출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단순 적용하면 부부 합산 연소득이 7000만원을 넘는 경우 분양가 총액이 7억원인 집을 분양받으려면 그의 60%에 해당하는 4억2000만원의 여유자금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분양 총액의 60%까지 중도금 집단대출이 가능해 초기 자금 부담이 적었던 이전과 달리 대책 이후에는 자금력이 아파트 구매의 필수 조건이 된 셈이다. 강남 진입장벽도 한층 높아졌다. 분양가가 9억원을 넘어서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의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해 강남 재건축 단지를 분양받으려면 최고 10억원 수준의 여윳돈이 필요해졌다.
이달 초 GS건설이 공급한 ‘신반포센트럴자이’는 최고 분양가가 15억5660만원인 전용 84㎡를 분양받으려면 10억원의 여유자금이 필요하다. 삼성물산이 분양 중인 ‘래미안 강남 포레스트’ 역시 가장 작은 평수인 전용 59㎡를 기준으로 3억~4억원의 여유자금이 있어야 한다. 가구당 연평균 소득(경상 소득 기준)이 5124만원(2016년 기준)인 서울의 평범한 수요자가 진입하기에는 벽이 너무 높다.
◆“강북 중소형, 대책 수혜 볼 듯”
강남 재건축이 ‘자산가들만의 리그’가 되면서 일반 수요자는 강북권으로 눈을 돌리는 분위기다. ‘한양수자인 사가정 파크’ 외에도 마포구에서 분양한 ‘공덕 SK리더스뷰’가 평균 경쟁률 34.5 대 1로 1순위 청약 마감을 기록했으며 중대형 위주로 공급돼 저조한 성적이 우려됐던 ‘장안 태영 데시앙’도 평균 4.7 대 1로 순위 내 마감됐다.
연말까지 강북 지역에 공급되는 정비사업 물량은 14개 단지, 4400여 가구(이하 일반분양 기준)다. 서대문구 중랑구 은평구 마포구 등에 분양이 집중돼 있다. 삼성물산은 서대문구 남가좌동 일대에서 ‘래미안DMC루센티아’ 513가구를 이달 공급한다. 다음달에는 현대산업개발과 대림산업이 각각 중랑구와 은평구에서 ‘사가정 아이파크’ 1029가구, ‘e편한세상 응암2구역’(가칭) 525가구를 분양한다. GS건설은 오는 12월 마포구 염리동 일대에서 ‘마포그랑자이’ 436가구를 선보일 예정이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실장 “8·2 대책으로 LTV와 DTI 기준이 강화되면서 분양 총액이 낮아 상대적으로 대출 부담이 덜한 강북 지역 단지들이 주목받고 있다”며 “2009년 당시 DTI 규제로 강북권 중소형 아파트가 수혜를 봤던 상황이 또 한번 재현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소은 한경닷컴 기자 luckyss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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