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 '노키즈존' 당연한 권리인가 차별인가

입력 2017-09-17 13:37
수정 2017-09-17 13:38


































지난 2012년 인터넷과 SNS는 이른바 '국물녀' 사건으로 시끄러웠다.

어느 식당에서 자신의 아이에게 뜨거운 국물을 쏟아서 화상을 입힌 가해자가 사라졌다는 주장이었다. 피해를 입은 7살 아이의 어머니는 이 사실을 인터넷을 통해 고발했고 네티즌들은 비난을 퍼부었다.

경찰이 조사에 나서자 문제의 여성은 "억울하다. 내가 오히려 피해자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함께 폐쇄회로TV(CCTV) 화면이 공개되면서 상황은 급반전됐다.

아이는 식당에서 천방지축으로 뛰어다니다 일방적으로 여성에게 부딪혔다. 여론은 다시 "아이를 뛰어다니게 한 부모에게 잘못이 있다"는 쪽으로 역전됐다.

2017년 또 한 번의 마녀사냥이 재연됐다.

240번 버스에서 4살짜리 아이가 먼저 내리고 엄마가 내리려던 찰나 출입문이 닫혀서 엄마 혼자 다음 정거장에 내렸다는 네티즌의 제보가 시발점이 됐다.

아이 엄마가 울부짖으며 아이 혼자 내렸다고 문을 열어달라고 했지만 운전기사는 이를 무시했고 오히려 욕설까지 했다는 다소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시민들의 공분은 대단했다. 버스조합 게시판은 물론 청와대 청원게시판에까지 버스기사의 처벌을 요청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드높았다.

하지만 공개된 CCTV와 주변 목격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아이는 7세였으며 다른 또래 친구들과 놀다가 함께 내렸고 다른데 정신이 팔려 있던 아이엄마는 이를 10초간 인지하지 못했다. 뒤늦게 버스가 차선을 바꾼 후 문을 열어달라고 요청했고 버스기사는 운행규정과 사고 위험으로 인해 다음 정거장에 도착해서야 문을 열었다.

최초 엄마 입장을 과장해서 전했던 네티즌은 사과의 뜻을 밝혔지만 정신적 충격을 받은 버스기사는 휴가를 내고 운전대를 잠시 놓은 상태다.

사건 정황을 명확히 확인해줄 버스 내부 CCTV 영상 공개를 아이 엄마가 극구 반대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각에서는 혼잡한 버스에서 아이를 챙겼어야 할 엄마가 딸이 내리는 걸 방치하고 핸드폰을 보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추측성 비난도 이어지고 있다.

가해자와 피해자를 정확히 규정할 수 없는 이같은 상황에서 '마녀사냥' 논란이 이어지면서 일부 몰지각한 부모로 인해 어린아이 손님을 받지 않는 식당 이른바 '노키즈존' 또한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편히 밥을 먹거나 쉬고 싶은 손님들은 두 손 들고 찬성하는 반면 '애 있는게 잘못이냐', '저출산이라고 아이를 많이 낳으라더니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냐'며 기분 나빠하는 부모들도 많다.

'노키즈존'은 차별일까 권리일까.

경산에서 노키즈존 카페를 운영하는 손수경 대표는 "동네 장사하는데 욕먹는 것 아닌가 고민도 됐다. 공간은 작은데 손님들 모두를 만족시킬 순 없지 않나. 지금도 아기들이 못카는 카페는 그리 많지 않다. 나라도 어른들만을 위한 공간을 제공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노키즈존 도입 의도를 밝혔다.

손 대표는 "시끄러운 실내 분위기를 만드는것은 돌아다니며 물건을 넘어뜨리는 아이도 있지만 아이를 달래는 엄마의 목소리도 일조한다고 생각한다. 엄마의 큰 목소리가 다른 손님들의 대화를 끊는 역할을 한다. 일부 부모들은 아이를 조용히 시키기 위해 스마트 기기를 아이들에게 틀어주고 방치하는데 이 소음도 만만치 않다"고 전했다.

손 대표는 이어 "일부 엄마들이 기저귀 처리 방법을 잘 모르는 것 같다. 기저귀는 위생팩에 넣은후 가방에 넣거 가져가거나 매장에 버리더라도 매장내 쓰레기통이 아닌 화장실 쓰레기통에 버려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다. 엄마가 아닌 다른 사람들은 혐오스럽게 느껴지고 입맛이 떨어질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거룩하게 생각해야 할 엄마-맘(mom) 명칭 뒤에 벌레(蟲) 수식어까지 붙여가며 아이 엄마를 비하하는 데에는 이런 일부 개념없는 부모들의 문제행동도 일조했다고 봐야한다.

다수의 선량한 부모들까지 차별을 받게 되는 노키즈존.

해외에서도 노키즈존이 늘어나고는 있지만, 우리나라 만큼은 뜨거운 감자는 아니다.

부모들이 시끄럽게 뛰어다니거나 남에게 피해를 주는 아이들의 교육을 철저하게 시키기 때문이다.

부모들이 한발 더 나서서 공공예절과 배려를 교육시키는게 차별을 없애는 가장 쉬운 길일 것이다.

독일의 저명한 치유교육학자이자 심리전문가 코리나 크나우프는 엄마들에게 전하는 맞춤형 솔루션 '똑똑한 엄마는 NO라고 말한다(아름다운 사람들)'을 통해 "자기 생각만 고집하고 자기 마음대로만 행동하는 아이는 이해심이 많을 수 없고, 온화할 수 없고, 아량이 넓을 수 없다"고 조언한다.

아이가 자기 것만 요구할 때 엄마가 한 번쯤은 모르는 체해야 한다는 것. 지휘권을 가진 사람은 엄마이고, 아이가 엄마 말을 듣지 않으면 엄마의 권력을 행사하여 말을 듣게 만들어야 한다.

대부분의 엄마들은 더 많이 노력하면 더 많은 것을 줄 수 있고, 아이에게 더 많은 것을 해줄수록 더 좋은 엄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녀교육에서만은 더 많이 해줄수록 아이가 더 잘 자라지 않는다. 안되는 것이 있다는 것을 분명히 가르치는 원칙이 필요하다.

자신을 아들 키우는 엄마라고 소개한 한 네티즌은 인터넷 게시판에 "출산 전처럼 카페에서 여유롭게 차와 케이크를 먹으며 수다도 떨고 싶고 집밥이 아닌 특별식을 특별한 장소에서 즐기고 싶은 마음도 가득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키즈 존이 늘어나는 게 이해도 되고 수긍이 간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으려 하는 아들을 키워봐서 아는데 아이를 통제하는건 힘들고 귀찮은 일이다. 하지만 노키즈존이 늘어나는게 누굴 탓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 아이 기죽이지 않겠다고 하고 싶은대로 하게 내버려둔 내 잘못이다. 다른 사람들도 다 그렇게 하는데 뭐 어때 하면서 옳지 않은 줄 알면서도 분위기에 편승한 우리 잘못도 크다"는 심정을 밝혔다.

'우리 아이가 최고다' '내 아이에게 뭐라 하지 말아라' '아이를 낳아보면 알것이다' 라는 이기적인 생각보다는 아이가 어릴때부터 남에게 피해를 주면 안된다는 가정교육을 시키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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