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자 파산신청에 주식거래 정지
2년 전 매각 뒤 잦은 최대주주 교체
신재생에너지·반도체·공연 기획
업종만 68개 문어발 사업 확장
한국도자기도 매출 급감하며 위기
[ 조아란 기자 ]
한때 한국 도자기산업을 대표하던 행남생활건강(옛 행남자기, 이하 행남생건)이 도자기 사업 부진과 무리한 신사업 확장으로 흔들리고 있다. 15일에는 채권자가 채무이행을 요구하면서 광주지방법원에 파산신청서를 내 코스닥시장에서 거래 정지되는 수모까지 당했다. 회사 측은 △이전 경영진에 채무 책임이 있고 △채무 규모가 작고 △회사 자금사정이 충분해 파산할 가능성은 없다고 진화하고 나섰다. 그러나 잦은 최대주주 변경과 사업 부진으로 회사 존립에 대한 우려는 끊이지 않고 있다.
행남생건은 이날 “채권자인 매그넘홀딩스가 파산선고를 신청하면서 변제를 요구한 채권 규모는 25억원”이라며 “이 중 12억원은 갚았고 남은 채무액은 13억원”이라고 설명했다. 또 “지난 4일 유상증자를 통해 100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며 “지급 능력은 충분해 회사가 파산할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했다.
더구나 이 채권은 4일 사임한 윤경석 전 대표가 작년 4월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윤 전 대표가 지난해 4월 아산개발과 공동으로 골프장 운영업체 삼대양레저를 인수하려다 취소하는 과정에서 아산개발에 채무를 지게 됐고, 이 채권이 매그넘홀딩스로 양도됐다는 것이다. 따라서 회사 측은 윤 전 대표와 논의해 채무를 변제하겠다는 의견이다. 윤 전 대표는 “일부 사실이지만 이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을 아꼈다.
1942년 고(故) 김창훈 명예회장이 설립한 행남생건은 창업주 가족들이 4대에 걸쳐 경영할 당시 한국 도자기 역사를 썼다. 1963년 도자기 식기류를 처음 수출했고, 1988년 서울올림픽에 도자기 식기를 공급했다. 남북정상회담, 노벨상 수상식 등의 공식 식기로 지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창업주 가족이 2015년 말 인터넷방송회사 더미디어에 매각한 뒤 사업 방향을 잃었다. 대표이사가 수차례 바뀌는 과정에서 도자기 사업은 악화됐고, 신산업 확장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 회사 정관에 기재된 사업 목적만 신재생에너지 개발, 공연기획 및 흥행사업, 반도체 제조, 테마파크, 면세점 관련업 등 68개나 되는 ‘정체불명의 회사’가 됐다. 지난해 11월에는 목포 대양산업단지에 올해 6월 준공을 목표로 사업비 262억원을 들여 아미노산 생산 공장까지 짓기 시작했다. 그러나 완공도 못한 채 지난 4일 또 최대주주가 변경됐다. 회사 실적 역시 2015년 매출 414억원, 영업이익 3억원에서 지난해에는 매출 284억원, 영업손실 40억원으로 악화됐다.
행남생건과 함께 한국 도자기산업 ‘쌍두마차’로 불리며 1990년대 세계 도자기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린 한국도자기도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307억원으로 5년 전인 2012년(465억원)에 비해 35%나 쪼그라들었다.
조아란 기자 ar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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