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마이웨이'
17일 만에 사거리 늘린 탄도미사일 발사
정상각도로 쏜 미사일 중 가장 멀리 날아가
괌 타격능력 입증…"연내 7차 핵실험 가능성"
[ 정인설/이미아 기자 ] 북한이 15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새로운 대북제재가 결의된 지 사흘 만에 또다시 탄도미사일 발사를 감행한 것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소형 핵탄두를 탑재하는 핵무장 프로그램을 지속하겠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천명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발사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은 미국령 괌까지 충분히 미사일을 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그동안 정상 각도로 쏜 탄도미사일 중 가장 먼 사거리(3700㎞)로 날려 보냈다.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 한국 정부의 대북 유화책 등 주변 상황에 아랑곳하지 않는 김정은의 ‘핵무장 마이웨이’를 재확인시켜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괌 타격 능력 입증에 주력
이날 북한은 지난달 29일 발사한 IRBM ‘화성-12형’과 비슷한 경로를 택했다. 평양 순안 일대에서 일본 상공을 통과한 뒤 북태평양을 목표지점으로 했다. 다른 게 있다면 미사일 사거리였다. 화성-12형은 2700㎞를 날아갔지만 이날 쏜 미사일은 3700㎞를 비행했다. 불과 17일 만에 1000㎞를 더 날려 보낸 셈이다. 괌으로 미사일을 쏘는 데 사거리는 문제가 안 된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에 주력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이 미사일 사거리를 평양에서 괌까지 거리인 3400㎞보다 더 늘려 괌 포위 타격 발언이 허풍이 아님을 과시했다”며 “다음 도발 때는 미사일을 괌으로 향하게 한 뒤 거리를 3000㎞ 정도로 줄여 발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만약 북한이 평양 순안 일대에서 괌 방향으로 사거리 3000㎞의 탄도미사일을 쏘면 그 미사일은 한국 상공을 통과하게 된다.
북한이 이번에 미사일 사거리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면서 이날 쏜 미사일이 새로운 미사일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국방부는 IRBM으로 진단했지만 한국과 일본은 각각 IRBM급 이상이거나 ICBM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김 교수는 “ICBM급인 ‘화성-14형’의 고도를 조금 낮게 하거나 연료량을 조정해 사거리를 줄여 태평양 상공에서 핵탄두 모의 실험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3일 6차 핵실험을 하면서 ‘화성-14형 핵탄두(수소탄)’라고 적혀 있는 도면을 공개했다.
◆“도발 수위 점점 높아져”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10번째다. 6차 핵실험을 포함하면 11번째 도발을 감행했다. 북한의 계속된 도발에도 우리 정부는 대북 인도적 지원에 나섰다. 통일부는 지난 14일 “대북 지원과 정치적 상황은 별개”라며 북한의 취약 계층을 돕는 사업에 800만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북한은 하루 만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이와 함께 북한은 국제적 대북 제재에 굴하지 않고 도발을 감행할 것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11일 6차 핵실험을 한 북한에 대해 유류 공급을 약 30% 줄이는 새 대북제재 결의 2375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북한이 미국 주도로 진행한 유엔 안보리 제재를 비롯한 대북 강경기조에 반발하고 국제사회의 움직임과 관계없이 자체 핵과 미사일 개발 의지를 지속적으로 표출하기 위해 이번 도발을 감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북한의 협상 분위기가 조성되기 전까지 북한이 도발을 멈추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북한이 대미 협상 주도권을 쥐기 위해 도발 수위를 점점 높일 것”이라며 “연내 7차 핵실험을 감행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정인설/이미아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