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 미국… 틸러슨 "중국·러시아도 대북 단독제재 나서라"

입력 2017-09-15 18:17
중국에 원유공급 중단 요구
러시아엔 북한 근로자 채용금지 촉구

미국, 안보리 긴급회의 소집 요청


[ 워싱턴=박수진 기자 ] 미국이 14일(현지시간) 북한의 추가 미사일 도발 직후 중국과 러시아를 상대로 대북 단독 제재에 나서라고 압박했다. 중국에는 원유공급 중단을, 러시아에는 북한 근로자 채용 금지를 각각 요구했다. 북한의 ‘생명줄’을 쥔 이들만 움직여줘도 북한의 핵 도발을 차단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미국은 신속하게 움직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지 2시간도 안 돼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에게 상황보고를 받았다고 백악관은 발표했다.

국방부와 태평양사령부는 발사체가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이며 미국 본토는 물론 미국령인 괌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확인했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미 전략핵무기 핵심기지인 노스다코타주 마이놋 공군기지에서 동행한 기자들에게 “늘 하던 대로 주의 깊고 일관되게 대처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사진)은 영국에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국제사회는 김정은 정권을 겨냥해 새로운 조치를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은 북한에 유입되는 원유 대부분을 공급하고 있고 러시아는 북한 노동자를 가장 많이 채용하고 있다”며 “두 나라가 북한의 도발을 더 이상 인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틸러슨 장관은 앞서 런던에서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 등과 회담한 뒤 연 기자회견에서도 “북한이 핵무기 개발로 가는 경로를 재고하도록 중국이 원유 공급 중단이라는 매우 강력한 무기를 스스로 사용하길 바란다”고 압박했다. 미국은 2003년 중국이 72시간 동안 대북 원유 공급을 비공개적으로 차단하자 북한이 협상 테이블로 나왔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미국은 유엔을 통한 추가 제재도 시사했다. 틸러슨 장관은 “최근 만장일치로 채택된 결의(2375호)를 포함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결의들은 우리가 취해야 할 행동의 천장이 아니라 바닥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미국은 15일 오후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 소집을 요청했다.

미국은 새로운 차원의 대북 제재안 마련을 위해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도입을 서두를 전망이다. 세컨더리 보이콧은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개인과 기업, 단체를 미국의 금융·통상 네트워크에서 차단하는 초강경 제재다. 북한과 거래가 많은 중국과 러시아가 주요 타깃이다. 미국은 한국 일본 대만에 전술핵 재배치, 중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과 지식재산권 침해행위 조사 등을 중국과 러시아를 압박하는 카드로도 활용할 전망이다.

워싱턴 소식통은 “오는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한·중·일을 순방할 때 북핵 해법의 실마리가 잡힐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