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남들 다 간다기에 항공권 알아봤더니 표가 아예 없네요. 여행사 패키지도 거의 매진인데 일부 남은 건 평소의 2~3배 값이고….” 열흘간의 추석 연휴에 해외로 나가는 사람이 100만 명을 넘을 전망이다. 여행사들의 예약 건수가 지난해 추석보다 2.5배 늘었다. 항공사들의 증편이 이뤄지면 120만~130만 명까지 출국자가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추석 연휴(9월13~18일) 때 출국자는 46만9000여 명이었다. 올해는 역대 최장 연휴(9월30일~10월9일)인 데다 징검다리 연차를 사용하지 않고 10일간 연속해서 쉴 수 있기 때문에 해외여행 수요가 그만큼 늘었다. 연휴 기간이 긴 만큼 유럽·미주 등 장거리 노선이 인기다. 100만~150만원이던 항공료가 300만원을 넘는데도 대기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이 많다.
가족 단위 휴양지 항공권도 거의 동났다. 괌과 동남아의 하노이, 발리, 방콕을 비롯해 일본의 니가타, 규슈, 오키나와 등은 표를 구할 수 없다. 저비용 항공사들의 일본 후쿠오카,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노선도 일찌감치 매진됐다. 사드 보복 때문에 중국 관광객이 급감한 상황에서 칭다오 베이징 상하이 등 중국행 항공편도 빈자리가 없다.
여행객이 해외로 몰리는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가격 대비 만족도다. 여행자 모임 사이트에 따르면 국내 여행 경비는 하루평균 1인당 11만9000원으로 필리핀(5만1100원)이나 베트남(4만5300원)의 두 배 수준이다. 일본(12만9700원)과도 거의 맞먹는다. 그러니 같은 값이면 볼거리 많고 먹거리 풍족한 해외로 간다.
정부가 해외여행 수요를 내수로 유인하기 위해 추석 연휴 특별 대책을 내놓긴 했다. 일부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에 KTX 요금 할인, 연휴 기간 고궁·미술관·휴양림 무료 개방 등 항목은 여러 가지지만 솔깃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맘때면 주요 관광지의 물가와 숙박료가 두세 배로 뛰니 모두 외면한다.
한국관광공사는 올해 외국인 관광객이 지난해보다 30% 줄어든 1256만 명, 출국자는 30% 늘어난 2660만 명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인이 해외에서 쓰는 돈은 1인 평균 1000달러라고 한다. 이번 연휴에만 100만 명이 10억달러(약 1조2800억원)를 지출하게 된다.
해외에서 견문을 넓히고 즐거움을 누리는 거야 나쁠 게 없다. 그러나 한국인의 쏠림 현상은 좀 유별나다. 한편에서는 연휴에도 쉬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근로자 네 명 중 한 명은 이번 임시공휴일에 일한다고 답했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