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경제팀이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5일 업무보고 때 “시어머니가 너무 많다. 믿고 맡겨줬으면 한다”고 호소한 게 단적인 예다.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핵심 참모들 앞에서 한 말이다. 취임 이후 넉 달간 쌓인 불만을 토로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상을 들여다보면 수긍이 간다. 청와대 정책라인이 복잡다기해 ‘시어머니’만 줄잡아 7~8명에 이른다. 하나의 안건을 정책실장, 경제보좌관, 경제수석, 일자리수석 등에게 따로 보고하고, 부동산·복지는 사회수석에게도 가져가야 한다. 대통령 직속인 일자리위원회, 정책기획위원회도 빼놓을 수 없다. 조만간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보고 대상에 추가된다. 안건을 조율할 때도 “이건 넣고, 저건 빼라”는 요구와 지시가 수시로 나온다고 한다. 들러리란 느낌이 들 만도 하다.
이런 문제점은 지난 5월 “대통령과 일면식도 없다”던 김 부총리가 지명될 때부터 예견된 일이다. 실제로 법인세 인상과정에서 김 부총리는 여러 번 불가론을 언급했지만 여당 대표가 총대를 메고, 대통령이 추인했다. 김 부총리는 그대로 수용해 스스로 입지를 좁혔다. ‘8·2 부동산대책’은 아예 그를 빼고 정치인 출신 국토교통부 장관과 청와대 사회수석이 주도했다. 최근엔 여당 지도부가 부동산 보유세 인상의 군불을 때고, 김 부총리는 부인해 여전히 매끄럽지 못하다.
역대 정권마다 청와대와 경제팀 간 관계가 늘 원만한 건 아니었다. 그래도 지금처럼 경제부총리와 경제장관들의 존재감이 미미한 적도 드물다. 가뜩이나 북핵, 사드 보복에다 경기는 한풀 꺾이고 일자리도 부진하다. 당·정·청이 합심해도 모자랄 판에 핵심 경제부처가 청와대에 치이고, 여당과는 조율도 없는 듯하다. 아직도 ‘김동연 패싱(건너뛰기)’이 거론된다. 대통령이 정리해줘야 할 문제다.
17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 김 부총리가 요즘 들어 소신 발언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혁신성장을 강조하고 소득주도 성장, 최저임금 인상의 속도·수위 조절도 거론했다. 그제는 청와대 수석들과 한국은행 총재를 부총리 집무실로 불러 회의를 주재하기도 했다. 경제수장의 존재감은 소신껏 일하고, 결과를 책임질 때 자연스레 드러난다. 그게 정도(正道)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