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주도 성장은 반쪽 정책…제2의 중남미로 전락 우려"

입력 2017-09-14 17:58
서울대 국가정책포럼

단기 부양효과는 있어도 잠재성장률 높일 수 없어
인적자본 축적 나서고 기술진보에 정책 집중해야


[ 황정환 기자 ]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은 반쪽짜리 정책이며, 한국을 ‘제2의 중남미’로 만들 우려가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14일 관악캠퍼스에서 연 ‘제4회 서울대 국가정책포럼’에서 소득주도 성장 정책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행사에선 김진표 전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과 경제성장론 전문가 김세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발제자로 나섰다.

김 전 위원장은 “낙수효과를 통한 이윤주도 성장의 패러다임은 지난 10여 년간의 저성장을 통해 효력이 떨어졌음이 입증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든 정책 수단을 일자리 창출에 투입하고, 최저임금·비정규직 철폐를 통해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는 소득주도 성장이 새로운 시대에 적합하다”고 주장했다.

경제 전문가들 생각은 달랐다. 김세직 교수는 “소득주도 성장론은 단기 부양 정책은 될 수 있지만 장기적인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데는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소득분배에 치우친 소득주도 성장론만으론 잠재성장률을 반등시키기에 부족하다”며 “창조형 인적자본 축적과 이에 입각한 기술 진보에 집중할 것”을 주문했다.

거시경제 전문가 김영식 경제학부 교수도 소득주도 성장을 ‘반쪽짜리 성장 정책’으로 평가했다. 김 교수는 “소득 증가와 생산성의 양(+)의 상관관계는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박상인 행정대학원 교수의 평가도 박했다. 대표적 재벌개혁론자로 꼽히는 박 교수는 “소득주도 성장과 같은 총수요 증대를 통한 경제성장은 개발도상국적 발상”이라며 “불확실성이 높은 혁신형 경제에서의 성장을 정부가 주도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산업, 노동, 교육 등의 분야에서 구조개혁이 없다면 한국도 언젠가 제2의 중남미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성공을 위한 제언도 나왔다. 경제사학자 이철희 경제학부 교수는 “소득주도 성장을 사람에 대한 장기적 투자 관점에서 접근하면 보다 나은 정책 수립이 가능하다”며 “소득불평등 완화를 인적자본 축적으로 연결시킬 것”을 제안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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