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총수 이름 망라된 국감 증인채택 문서 알고보니…

입력 2017-09-14 17:06
수정 2017-09-14 17:20
국내 기업 총수명단 망라된 ‘국감증인 명단’ 에 기업들 초비상
알고보니 국회 의원 보좌관 아이디어… 문서 한 장에도 놀란가슴
벌써부터 국감 전초전?



‘정몽구 현대차 회장, 조양호 한진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국내 굴지의 재계 총수, 최고경영자(CEO) 명단이 대거 담긴 문서가 14일 ‘2017년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주요 증인요청 명단’이라는 제목을 달고 서울 여의도 정가와 증권가에 유포됐다. 공공기관장을 합쳐 47개사 58명의 명단이 담긴 A4 2쪽 분량의 이 괴문서는 카카오톡 등을 통해 급속도로 퍼졌다. 몇몇 언론에도 이 문건이 보도됐다.

국회 정무위는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한국소비자원 등을 산하기관으로 두고 있어 국정감사 때면 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상임위원회다. 매년 가을 국정감사 때마다 기업인 증인을 가장 많이 부르는 상임위이기도 하다. 문서에 거론된 각 기업의 대외협력 담당부서들은 “정말 이 명단대로 국감 증인을 부르는 것이 맞느냐”며 확인하느라 비상이 걸렸다.

해당 문건은 정무위 소속 한 의원실 보좌진이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건이 만들어진 의원실의 보좌관은 기자와 만나 “우리 의원에게 아직 보고도 하지 않은 실무진 차원의 문서에 불과하다”며 손사래를 쳤다. 그는 “국감 준비 차원에서 사회적 이슈가 됐던 기업과 CEO들의 명단을 한번 정리해본 것일 뿐 우리 의원실에서는 아직 정무위 국감 증인 신청을 아무도 하지 않았다”며 “의원실에 허락 없이 들어와 문서를 몰래 촬영해 간 외부인사가 누구인지 찾아내 엄중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정무위는 지난 13일까지 국감에 출석할 증인 명단을 각 의원실로부터 1차로 받았으며 곧 2차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각 의원실이 신청한 증인 리스트를 놓고 여야 간사의원이 협의한 뒤 압축, 최종적으로 증인을 확정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각 기업은 ‘우리 CEO가 국감에 출석하는지’를 놓고 첩보전을 방불케 하는 정보활동을 한다.

정무위 소속 다른 의원실 관계자는 “국감에 출석할 민간인 증인 명단은 워낙 예민한 사안이라 최종 확정되기 전까지는 일절 비공개하는 것이 관례”라며 “아직 국감이 한 달여나 남았는데 증인 명단을 놓고 실명이 적힌 괴문서가 나도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