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의 일본경제 워치] '금괴 중심지'로 부상하는 일본… 늘어나는 공항 금속탐지기

입력 2017-09-14 07:43
수정 2017-09-14 07:54


“금괴를 가지고 오신 것이 있으면 신고해 주십시오”

최근 몇달간 일본 주요 공항이나 항구를 통해 일본으로 입국했던 여행객 중에는 “금을 가지고 온 것(밀수한 것)이 있냐”는 세관직원의 직설적인(?) 질문을 받은 경험을 한 분이 계실 겁니다. 공항 곳곳에 금괴 사진과 함께 표시된 ‘밀수 방지’문구를 접한 기억을 떠올릴 수도 있겠네요.

일본은 최근 금 밀수가 급증해 고민입니다. 나리타공항, 하네다공항 등 주요 공항의 검색도 강화되고 있습니다. 이제 일본 정부는 주요 공항에 금밀수를 막기위한 금속탐지기 설치를 늘리겠다고 합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재무부는 급증하는 금 밀수를 막기 위해 올해안에 금속 탐지기 게이트를 나리타공항이나 하네다공항 등 국제선 이착륙이 많은 공항 세관과 해외 크루즈선이 기항하는 항구세관에 설치키로 했습니다. 세관 직원이 일일이 휴대용 금속탐지기 등을 이용해 수작업으로 밀수를 감지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또 금을 밀수하는지 여부를 가리기 위해 짐 검사를 너무 꼼꼼히 하다보면 입국 대기자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서 공항운영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습니다.

일본 관세 당국은 입국 검사 레인의 절반정도에 금속탐지기를 설치한 뒤 밀수가 의심되는 인물 등을 우선적으로 통과시키기로 했습니다. 내년부터는 전국 거의 모든 공항과 항만으로 확대도입 한다는 방침입니다.

금속탐지기 게이트에는 감지하는 금속의 양을 조정해 차고 있는 시계 등에 과민하게 반응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습니다. 자칫 금속탐지기 게이트 설치로 승객의 통관이 밀리는 사태를 방지하겠다는 것입니다.

일본에서 금 밀수 건수는 2015년 6월~2016년 6월까지 1년간 294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배 늘었다고 합니다. 신체에 숨겨서 들어오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일본으로 금(금괴) 밀수가 증가하는 것은 소비세 때문입니다. 일본은 금을 수입할 때 소비세를 부과하고 그 부담을 판매자가 떠안게 됩니다. 그런데 밀수로 금을 일본내에 반입하면 소비세 8%를 남길 수 있어서 금밀수가 성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일본의 소비세율이 정부 계획대로 내년 10월에 10%로 추가 상승할 경우, 야쿠자 등 조직폭력단에 의한 조직적 금괴밀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일본 정부는 우려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일본으로의 금괴 밀수 시도는 홍콩과 한국이 전체의 4분의 3을 차지했다고 합니다. 한국 관광객이 금속탐지기를 지날 확률도 그만큼 높아지는 것이겠지요. 올 추석연휴에 일본을 방문하는 한국 관광객수가 사상 최대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합니다.

여행은 즐겁게 즐기시되, 불필요하게 금붙이를 가져오는 것은 자칫 공항에서부터 불쾌한 경험을 할 확률을 높이는 원인이 될 듯 합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