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시작된 미국 '썬키스트' 77개국에 수출하는 핫한 브랜드

입력 2017-09-13 16:37
중소기업 신성장전략 공동브랜드

해외 성공 사례영세 소상공인들이 만든 이탈리아 칼·가위 '프리막스'

국가 프리미엄 부여한 '스위스 레이블'
사용 위반·훼손 엄격히 모니터링
뉴질랜드 '100% 퓨어' 히트 치자
170여개 민간기업서 국가 브랜드 사용


[ 문혜정 기자 ] 해외 공동브랜드 중에는 ‘스위스 레이블’과 같은 국가 브랜드에서 미국 감귤농가의 ‘썬키스트’, 이탈리아 칼·가위 제조업체들이 만든 ‘프리막스’ 등 성공 사례가 적지 않다. 오랜 기간 운영되며 글로벌 브랜드로서 소비자들에게 선명히 각인돼 있다.

공동브랜드의 대명사 ‘썬키스트’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친숙한 ‘썬키스트(Sunkist)’는 미국 캘리포니아 및 애리조나에 있는 6000여 개 감귤농가 조합에서 출발했다. 1893년 설립된 조합은 1907년부터 생산품에 이 브랜드를 부착하기 시작했다. 태양이 입을 맞춘다(Sun-Kissed)는 콘셉트로 광고를 시작했는데 과잉생산된 오렌지 소비를 늘리는 데 기여했다.

100여 년이 지나 썬키스트 브랜드는 미국 내 오렌지의 60%, 레몬의 80%를 공급하고 있다. 2010~2015년 6년 연속 10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이 중 45%는 해외에서 벌어들인다. 전산이나 가공 공장 등에 투자하는 고정비는 브랜드 로열티 수입으로 충당해 조합원의 부담을 줄였다. 썬키스트는 ‘조합원-지구거래소-연합회’ 3단계 구조로 운영된다. 지구거래소는 연합회와 조합원 간 품질관리, 주문, 출하 등 조정 역할을 맡는다. 대신 교섭창구는 연합회로 단일화해 시장 교섭력을 높였다.

썬키스트 브랜드로 판매되는 제품은 주스, 제과혼합물 등 77개국, 700여 개 품목에 달한다. 품질 기준에 미달하는 상품을 처리하기 위해 가공산업을 발달시켰는데 브랜드 품질관리와 수익 다각화에 도움이 됐다. 과일은 생산자 출하물량의 12.5%에만 ‘썬키스트’ 상표가 부착된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성공적인 공동브랜드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이탈리아의 칼·가위 제조업체들도 ‘프리막스(Premax)’라는 공동브랜드를 통해 58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회원사는 대부분 종업원이 5~15명에 불과한 중소기업이다. 이탈리아 북부 프리마나 지역에선 300년 이상 명맥을 이어온 칼·가위 제조업체가 적지 않았다. 1970년대 가족 기업 형태의 영세 철공산업이 한계에 봉착하자 1974년 모임을 결성하고 공동브랜드를 개발했다. 40여 년이 지난 현재 회원사는 자체 브랜드 혹은 공동브랜드 중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다만 엄격한 품질규준을 적용해 1등급 상품에만 ‘프리막스’ 브랜드를 허용한다. 프리막스 생산품의 94%는 조합에 소속된 장인에 의해 생산되며, 매출은 4000만유로에 달한다. 이 중 84%는 해외에서 발생한다.

스위스=품질, 뉴질랜드=순수

성공한 ‘국가브랜드’도 좋은 공동브랜드의 사례가 된다. 국가브랜드는 특정 국가의 제품과 기업에 경쟁우위를 부여하고 구매를 촉진해 수출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한국무역협회 산하 국제무역연구원의 김보경 연구원은 “최근 글로벌 시장에선 빠른 기술 모방으로 특정 제품이 장기간 우위를 유지하기 힘들어졌다”며 “그러나 국가브랜드는 특정 국가의 기업과 제품에 대한 인지·정서적 판단 기준이 되는 강력한 고정관념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스위스 레이블’은 1917년 스위스 민간사업자들이 ‘Schweizer Woche(스위스 주간)’이라는 브랜드를 부착한 것이 시초가 됐다. 정부와 민간이 함께 엄격한 관리규정을 적용하면서 스위스 기업들에 프리미엄을 부여하는 공동브랜드다. 스위스 기업 50% 이상이 자사 브랜드에 스위스 레이블을 함께 부착한다. 이 상표가 붙은 스위스산 농축산품과 일반소비재는 20% 이상, 사치품에는 50% 이상 가격이 높다. 스위스 민법에 따라 설립된 스위스라벨협회의 심사를 통해 운영되며 스위스 연방중소기업청(SGV)과 스위스 연방지식재산연구소(IPI) 등이 민사소송 제기권을 갖고 국내외 브랜드 사용 위반 사례 및 훼손 여부를 엄격히 모니터링하고 있다.

마누카 꿀 등 주력 산업인 낙농분야의 경쟁력 강화와 관광산업 촉진을 위해 만든 뉴질랜드의 국가 브랜드 ‘100% Pure Newzealand(100% 순수 뉴질랜드)’도 벤치마킹할 만하다. 1999년 론칭한 이 브랜드는 ‘100%’와 ‘Pure’라는 기본 슬로건을 관광에 이어 꿀 와인 등 여러 분야로 확대 적용하고 있다. 뉴질랜드 토종 양치식물의 잎 모양을 응용한 ‘펀마크(Fern Mark)’ 상징물은 각종 정부 정책과 기업 마케팅, 스포츠 행사에서도 사용된다.

수출액 40억달러 이상 170여 개의 뉴질랜드 민간기업이 국가브랜드 파트너로서 자사 제품에 엄브렐러(Umbrella·우산) 방식으로 국가브랜드를 사용한다.

뉴질랜드 대표 기업 최고경영자(CEO)협의회인 ‘브랜드 트러스트(Brand Trust)’가 국가브랜드 제고 활동에 참여한다. 적정한 조건을 갖춘 숙박시설, 식당, 교통 등 관광 관련 업체에 한정해 ‘100% pure’ 펀마크 사용을 허가하는 ‘퀄마크(Qualmark)’ 제도는 까다로운 등급별 관리로 대내외 신뢰도가 높다. ‘펀마크 라이선스’ 프로그램은 수출 실적, 수출 지속기간 등에 대한 엄격한 심사를 통과한 제조사 수출품을 대상으로 운영된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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