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로 다가온 저출산·고령화 재앙
재정 부담만 높이는 장려금보다
결혼·출산 촉진 분위기 조성해야
정찬민 < 용인시장 >
18세기 고전주의 경제학자 맬서스는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데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한다”고 내다봤다. 그래서 식량 생산이 인구 증가를 따라잡지 못해 지구촌은 파국과 재앙을 맞을 것이라고 했다. 그의 유명한 저서 《인구론》에서다. 하지만 《인구론》이 발행된 1798년 이후 200년이 지난 지금, 인구가 많아 멸망이나 파국을 맞은 민족이나 국가는 아직 없다. 오히려 인구 감소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인구 감소가 가장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는 나라가 한국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우리나라 출산율은 1.17명이다. 35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꼴찌이고, 세계 224개 국가 중 220위다. ‘둘만 낳아 잘 기르자’며 정부가 앞장서서 산아제한 정책을 편 게 불과 40년 전이다. ‘한국은 초만원, 세계도 초만원’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며 ‘한 자녀 갖기 운동’을 펼친 것도 1980년대 후반이다. ‘인구폭발’에서 가장 빨리 ‘인구절벽’으로 가는 국가로 바뀐 것이다.
인구절벽이란 개념을 처음 설파한 미국 경제학자 해리 텐트는 2015년 세계지식포럼에서 한국이 2018년을 기점으로 인구절벽을 맞고 불황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우리나라 인구는 향후 15년간 소폭 증가해 2030년께는 5200만 명 내외로 정점을 찍은 후 2060년에는 4400만 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용인시 인구가 지난 1일 기준으로 100만 명을 돌파했다. 최근 10년간 2.2%씩 증가해 전국 기초자치단체로는 네 번째로 인구 100만 도시가 됐다. 서울과 가까운 수지·기흥구를 중심으로 주택 건설이 늘면서 인구가 집중 유입됐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투자유치 정책을 펼치면서 기업이 들어오고 일자리가 많이 늘어난 것도 한 원인이다. 사람이 빠져나가는 도시가 아니라 들어오는 도시가 된 것이다. 이런 경사스러운 날에 씁쓸함을 느껴야만 하는 것은 왜일까? 출산율은 낮은데 전입인구가 늘어난 게 인구 증가의 주 요인이기 때문이다.
저출산·고령화는 재앙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있다. 한 나라의 성장을 나타내는 15~64세 생산가능인구가 줄면 성장률은 떨어지고, 그만큼 사회적 비용이 급증할 것이다. 노인 인구는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엔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15세 미만 유소년 인구를 추월했다는 통계도 나왔다.
생산가능인구가 부양해야 하는 노인 비율은 큰 폭으로 올라가고 있다. 생산가능인구 100명이 65세 이상 고령 인구를 부양해야 하는 비율이 1960년 6.8명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18.7명, 2060년에는 60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2075년엔 청장년 125명이 노인 100명을 부양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리나라 인구 위기와 관련한 경고는 이전에도 수차례 나왔다. 2009년 ‘유엔미래보고서2’에 의하면 2305년 한국은 남자 2만 명, 여자 3만 명 정도만 남게 될 것이라는 끔찍한 전망도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 인구문제연구소는 “한국은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소멸하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인구 감소의 심각성을 깨달은 정부가 각종 출산장려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효과 없는 지원정책을 펴기보다 젊은이들의 결혼과 출산을 촉진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더 시급하다는 생각이다. 인구 100만 시대를 맞은 용인시가 태교도시를 추진하는 이유다.
정찬민 < 용인시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