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후보자 정책 소신 발언 실종…헛바퀴 돈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인사청문회

입력 2017-09-12 17:39
수정 2017-09-13 09:20
'최저임금 인상' 의원 질문에 정부서 발표한 대책 되풀이


[ 이우상 기자 ] -최저임금 인상분을 정부가 직접 지원하는 게 옳습니까.

“제가 말씀을 드릴 수 없습니다.”

-최저임금 인상은 중소기업계에 영향이 큰데 인상 폭을 줄이는 것을 고민한 적은 없나요.

“현장 얘기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습니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일자리를 줄이겠다는 반응이 많은데 대책이 있나요.

“정부가 종합대책을 마련했고, 현장 목소리를 전달하겠습니다.”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 참석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들은 박 후보자가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자 갑갑해했다. 보다 못한 장병완 위원장이 ‘소신 발언’을 해줄 것을 다그쳐도 박 후보자는 여러 질문에 대해 정확한 답변을 회피하거나 침묵했다.

청문회는 오전에 박 후보자의 창조과학 신봉, 뉴라이트적 정치 성향 등 정책 능력과는 무관한 분야에 의원들의 질문이 집중됐다. 그러나 오후 들어 점차 중기부 현안과 관련된 질문이 나오기 시작했다. 박 후보자로서는 자신의 능력을 검증해 보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러나 그는 민감한 질문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꼈다.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한 여러 질문이 쏟아졌지만 박 후보자에게서 들을 수 있었던 말은 “(소상공인이 겪을 어려움에) 공감한다”는 말과 “카드 수수료 인하가 필요하다”는 말이 전부였다. 그러나 카드 수수료 인하는 정부가 발표한 종합대책을 되풀이한 것으로 박 후보자만의 생각을 엿볼 수는 없었다. 같은 말을 반복하다 보니 손금주 국민의당 의원의 “정부가 발표한 종합대책으로 충분히 소상공인을 지원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정부가 종합대책을 발표했다”는 엉뚱한 답변을 하기도 했다.

그래서 의원들은 청문회 내내 “대체로 동문서답을 하고 있다”(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 , “소신이 드러날 수 있는 질문을 조금만 물어보면 답하기 적절하지 않다고만 한다”(이채익 한국당 의원)고 불만을 토로했다.

교수 출신인 박 후보자는 벤처창업 경험은 있지만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경험이나 행정 경험이 없다는 게 약점으로 꼽혀왔다. 청문회 전에 제기된 종교, 역사관 논란 등을 극복하려면 이런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정책 능력을 보여주는 게 필요했다. 청문회 후 여당에서조차 박 후보자가 자진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자 청와대는 12일 “청문회에서 성향 검증 등에 이슈가 집중되면서 후보자의 중소기업 분야 정책을 검증할 기회가 부족했다”는 평가를 내놨다. 그러나 정치권의 반응은 싸늘했다.

이우상 중소기업부 기자 i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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