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택 "한국당 의원들 목소리 크게 하라"

입력 2017-09-12 17:13
수정 2017-09-12 17:20
“목소리 좀 크게 해 주세요.”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2일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이색적인 주문을 한 가지 했다. 지난 11일 시작해 14일까지 열리는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목소리를 높여 달라”는 것이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오늘 대정부 질문에서 문재인 정권의 안보불감증, 안보무능에 대해 날카롭게 지적하고 5000만 국민을 핵인질로 몰아넣은 문제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해야 한다”며 “한 옥타브만 목소리 톤이 올라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목청이 한 옥타브 올라가서 목이 아프다고 하는 사람은 저녁에 목에 좋은 약을 드리겠다”며 “정말 기대한다”고 했다.

정 원내대표가 이같은 주문을 한 것은 ‘강한 야당’, ‘야당다운 야당’의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국당은 정권을 빼앗긴 뒤에도 ‘여당 습성을 버리지 못했다’거나 ‘웰빙정당’이라는 등의 비판을 받았다.

국무위원 인사청문회 등 정부·여당을 강하게 비판하고 견제할 수 있는 자리에서도 너무 점잖은 태도를 보여 ‘전투력이 약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정 원내대표는 인사청문회가 한창이던 지난 6월에도 소속 의원들에게 “청문회에서 제1야당으로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며 강하게 싸워 달라고 주문했다.

정 원내대표의 주문은 소속 의원들을 격려하는 의미도 있다. 이날 한국당 의원총회는 전날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부결시킨 것에 고무된 분위기에서 열렸다. 정 원내대표는 “어제처럼 오늘도 기분 좋은 날이 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이날 대정부질문에서 평소보다 매섭게 정부를 비판했다. 이주영 의원은 이낙연 국무총리를 상대로 “이미 한반도 비핵화는 무효화됐고 미국 백악관 테이블에도 전술핵 재배치가 올라갔는데 정부가 검토도 안 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질타했다.

김학용 의원은 “문재인 정부는 안보에 대해선 요행을 바라는 로또정권이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426일이 걸렸는데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다 서운해 하고 국민도 다 서운해 하는 이런 엉터리 외교가 어디 있느냐”고 속사포를 쏘았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