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서 들어간 지능형 전자섬유가 압력·온도·생체신호 등 감지
전기 만드는 섬유 등장도 눈앞
[ 박근태 기자 ]
독일의 벤처회사 퓨처셰이프는 사람이 걸어가는 방향과 속도, 움직임을 포착하는 똑똑한 바닥(사진)을 개발했다. 직물로 만든 바닥에는 압력을 감지하는 센서가 들어 있다. 사람이 갑자기 쓰러지면 센서가 이를 감지할 수 있어 독거노인이나 환자가 사는 집안 바닥에 설치할 목적으로 개발했다. 미국 필립스는 청색 발광다이오드(LED)가 통증 완화에 효과가 있는 산화질소를 몸에 생성하는 원리에 착안해 근육 통증을 완화하는 헝겊 패치를 내놨다. 삼성전자와 삼성SDI는 실로 짜서 전자회로를 만드는 유연 직물회로 기술을 개발했다.
최근 수년 새 국내외에선 이처럼 전자 소재를 대체할 똑똑한 섬유 기술이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다.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으로 체온 조절이 가능하고 위치추적장치가 부착된 등산복이 등장하면서 저체온증, 탈진, 추락사고 등의 위험 상황에서 조난자를 구조할 확률이 커지고 있다. 섬유센서와 유연 섬유 전지가 들어간 가구, 생체신호를 측정해 건강 및 체력 관리를 도와주는 의류, 생체리듬과 수면정보를 관리하는 침대 기술이 등장하면서 전통 산업이던 섬유산업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11일 시장조사회사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지능형 전자섬유(스마트 텍스트로닉스) 시장은 2014년 7억9000만달러에서 2020년 47억달러, 2024년에는 93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스마트 텍스트로닉스란 ‘섬유’와 ‘전자회로’의 합성어로 옷이나 장신구처럼 입거나 착용하는 전자기기 기술이다.
미국(41.2%)과 유럽(25.3%), 일본(21.6%)은 일찍부터 이 시장에 주목해 기술을 주도하고 있다. 분야별로 보면 레저와 스포츠 분야가 연평균 40%씩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맥박과 심장박동수, 땀 같은 생체정보를 감지하는 헬스케어 분야도 연평균 38%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보인다. 패션과 홈인테리어 시장 역시 매년 35.6%와 31.5%씩 커지고 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각종 센서를 포함한 전자소자의 소형화가 진행되면서 시장 성장을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미 국내에서는 압력과 온도를 감지하는 섬유가 개발된 데 이어 스스로 전기를 생산하는 섬유의 등장도 눈앞으로 다가왔다. 옷 속 각종 전자소자에 전기를 공급하는 전자잉크도 개발되고 있다.
해외에선 패션과 스포츠, 헬스케어 등 다양한 영역에서 제품이 쏟아지고 있다. 미국 여성 속옷 브랜드 빅토리아시크릿은 운동 중 심장 박동을 감지하는 스포츠 브래지어를 선보였다. 독일 아디다스는 축구선수의 심장 박동 정보를 코치에게 무선으로 보내주는 운동복을 선보였다. 레스트 디바이스는 아기 호흡상태를 엄마의 스마트폰에 전달하는 아기 옷을 선보였다.
국내에서도 지능형 전자섬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와 삼성SDI는 스마트 섬유에 전기를 공급하는 곡면배터리를 개발한 데 이어 보안용 카펫과 낙상 방지 침대 등에 들어갈 센서를 개발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내부 온도를 조절하고 위치를 표시하는 LED가 들어 있는 방한 재킷을, 레드페이스는 체온에 따라 옷 무늬가 사라지는 스마트 섬유를 개발했다.
생기원과 독일 아헨공대 섬유기술연구소는 지난 6일 안산시 경기테크노파크에 국내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스마트텍스트로닉스센터를 열었다. 2021년까지 원천 기술을 확보하고 전자섬유 생산 시설과 원단 제조 설비를 갖춘 제조 라인을 국내 최초로 구축하는 게 목표다. 이성일 생기원 원장은 “섬유 시장은 전통 합성섬유 중심의 ‘섬유 1.0시대’에서 기능성 섬유 중심의 ‘섬유 2.0시대’를 지나 지능형 전자섬유 중심의 ‘섬유 3.0시대’에 진입했다”고 말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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