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이 이력서'에 헛똑똑이 걸러내기 고심

입력 2017-09-10 20:39
수정 2017-09-11 10:42
블라인드 채용 이력서 살펴보니

압박면접으로 '자소설' 걸러내기
모비스·CJ, 탈스펙 도입했지만 전문성 입증할 증거·PT 거쳐야
"필기시험 때 얼굴 확인해야"…캠코, 유일하게 사진란 있어
예탁원·농어촌공사, 학점 기재하고 산업은행 등 5곳 '어학' 요구


[ 공태윤 기자 ]
성명 생년월일 국적 주민등록지 주소 이메일 연락처…. 현대모비스가 11일까지 접수하는 블라인드 채용 방식인 ‘미래전략전형’의 이력서 항목이다.

지난 6일 채용을 시작한 수출입은행 신입직원 이력서는 이것과 조금 다르다. 성명 이메일 연락처 병역 보훈 장애 어학성적(제2외국어 포함) 자격면허 수상내역 경력사항 등의 항목이 있다. 학력사항 정도만 빠졌다.

◆자소서 허위 여부 꼼꼼히 본다

올 하반기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민간기업 채용에도 블라인드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지만 이력서 항목은 기업에 따라 차이가 났다. 한국경제신문이 최근 블라인드 채용을 시작한 공공기관 9곳과 민간기업 2곳의 입사지원서를 확인한 결과 학력사항을 묻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하지만 이력서에 출신지를 묻는 공공기관은 5곳, 학점 기재란을 둔 공기업은 2곳에 달했다. 민간기업 2곳(현대모비스, CJ)은 지원자의 최소 정보만을 요구했다.

현대모비스는 이번에 미래전략전형을 처음 도입했다. 지원 자격은 △특정분야 전문성 △독창·창의적 신사업 아이디어를 보유한 인재로 한정했다. 지원자는 수상내역, 신문기사 등 전문성을 증명할 증거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면접에선 전문성에 따라 아이디어 프레젠테이션(PT)이나 해킹 실력 테스트를 한다.

CJ그룹도 출신학교 학점 영어점수 등 스펙을 전혀 보지 않고 오로지 지원자의 경험과 역량을 존중한다는 의미의 ‘리스펙트 전형’을 신설했다. CJ아르바이트, 공모전 수상경력, 봉사활동 등을 쓰도록 한 뒤 면접 때 활용한다. CJ제일제당 등 7개사가 블라인드 채용에 참여하고 있다.

이 밖에 블라인드 전형을 대졸공채와 병행하는 기업은 △KT의 스타오디션 △SK의 바이킹 챌린지 △롯데의 스펙태클 △기업은행의 4분PR 등이다. 각 기업은 우수자에게 서류전형 면제나 인턴 기회를 주고 있다. 이미 2014년부터 이력서에 학점과 어학성적란을 뺀 은행들은 블라인드 면접을 시행하기로 했다. 롯데백화점 인사담당자는 “자기소개서를 거짓으로 기재하면 낭패를 볼 것”이라며 “면접위원들이 50분간 ‘꼬리물기’식 압박질문을 하기 때문에 금세 들통난다”고 말했다.

◆어학점수 요구는 많아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블라인드 채용을 지시한 공공기관도 일제히 움직이고 있다. 개별 기관 성향에 따라 이력서 기재 내용은 조금씩 다르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취재대상 9곳 가운데 유일하게 사진란을 두고 있었다. “서류전형을 없애면서 필기시험 때 얼굴을 확인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공사 측은 설명했다.

한국예탁결제원과 한국농어촌공사는 학점도 요구했다.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지원자의 배움에 대한 열정, 성실성을 평가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예탁원도 “학점 기재란이 있지만 서류전형에 반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예탁원은 자소서 항목에서 △4차 산업혁명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 △금융산업의 네트워크 효과 △금리변동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 등 지원 전공 이해도를 서류심사에 반영하기로 했다.

어학점수는 금융감독원, 기업은행, 캠코, 예탁원을 제외하고 모든 기관이 요구했다. 산업은행과 기술보증기금은 최저 어학점수를 요구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국제협력과 해외조사 등 입사후 관련업무 수행을 위해 어학능력이 필요하다”며 “어학점수가 없어도 지원할 수 있다”고 했다.

공태윤 기자/김우영 JOB인턴(서울시립대4) trues@hankyung.com




기업의 환율관리 필수 아이템! 실시간 환율/금융서비스 한경Money
[ 무료 주식 카톡방 ] 국내 최초, 카톡방 신청자수 33만명 돌파 < 업계 최대 카톡방 > --> 카톡방 입장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