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어마' 미국 상륙
1m 강수량 예보에 주민 대피령…현지 현대·기아車 공장도 비상
쑥대밭된 카리브해 25명 사망…4등급 허리케인 '호세' 또 접근
[ 뉴욕=김현석 기자 ]
초대형 허리케인 ‘어마’가 10일(현지시간) 미국 남부 플로리다주(州)에 상륙했다. 시속 210㎞의 강풍을 동반한 어마는 이번주 중반까지 미 대륙에 머물며 천문학적 피해를 입힐 전망이다. 또 다른 허리케인 ‘호세’도 4등급(시간당 풍속 209~251㎞)으로 발달한 채 어마를 뒤따르고 있어 이미 쑥대밭이 된 카리브해 섬과 미 남부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국립허리케인센터(NHC)는 이날 오전 8시께 플로리다 남부 키스제도에 상륙한 어마가 지나는 지역에 평균 25~50㎝, 많은 곳은 최대 1m에 달하는 비를 뿌릴 것으로 예보했다. 어마는 쿠바를 지나며 3등급으로 약화됐다가 다시 4등급으로 세력이 커졌다. 키웨스트에서는 폭풍우의 영향으로 거리가 물에 잠기고 주택과 기업 등 건물 수십만 채가 정전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마이애미, 탬파, 올랜도 등 플로리다주는 물론 이웃한 조지아주 주요 공항의 항공편이 1만 편 넘게 결항했다. 어마는 플로리다를 거쳐 12일 조지아, 앨라배마주 등으로 이동할 것으로 관측됐다. 이 지역에 있는 현대·기아자동차 공장과 만도, 한화 등의 협력사 피해도 우려된다.
릭 스콧 플로리다 주지사는 9일 “어마는 믿을 수 없이 거대하고 파괴적인 태풍이며 살인자”라며 “지금 당장 대피하라”고 말했다. 플로리다 주정부는 일찌감치 주 남부와 중부에 거주하는 650만 명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지난주부터 슈퍼마켓 등은 텅텅 비고, 주유소마다 기름이 동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9일 워싱턴DC 인근의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회의를 열고 “허리케인 진행 경로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경로에서 벗어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미 정부는 플로리다주는 물론 조지아와 사우스캐롤라이나, 노스캐롤라이나주까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미국은 어마가 경제에 미칠 영향에도 주목하고 있다. 어마가 상륙한다는 소식에 지난 8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10월 인도분은 배럴당 3.3%(1.61달러) 폭락한 47.48달러로 마감했다. 2주 전 허리케인 ‘하비’ 영향으로 텍사스 정유공장들이 타격을 입은 데 이어 원유 수요가 추가로 감소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어마는 카리브해를 쑥대밭으로 만들면서 최소 25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관광 천국’이던 생바르, 생마르탱, 앵귈라, 버진 아일랜드 등은 생지옥으로 변했다. 카리브해 섬 주민들은 후속 허리케인 호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시속 240㎞의 강풍을 동반한 호세는 어마와 비슷한 경로를 밟으며 카리브해 섬을 향해 접근 중이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