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 새는 '청년수당'…커지는 세금 낭비 논란

입력 2017-09-10 18:20
받자마자 상품권깡·유흥비로 쓰고, 중복수령까지

지자체, 지급중단·회수 잇따라
도서구입·학원비 쓰라고 줬더니 맘카페 등 온라인서 인기 폭발
대전, 부정수령 45명 지급 중단

일선 공무원들도 '절레절레'
"미달사태에 지원대상 늘려, 이렇게까지 세금 낭비하다니…"
"제도 기반 흔들린다" 우려도


[ 성수영/고윤상 기자 ] 최악의 취업난과 맞물려 시작된 지방자치단체의 청년수당과 관련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현금을 지원받아 유흥비로 쓰거나 상품권을 할인판매해 현금을 챙기는 ‘상품권 깡’에 이어 중복 수령 사례까지 터져나왔다. 지자체별로 제각각인 청년수당 정책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전시는 지난 7월부터 지급한 청년수당 개념의 희망카드 발급 대상자 가운데 45명의 수당 지급을 중단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들 중 23명은 정부에서 주는 취업수당과 중복해 수령했다가 적발됐다. 일부는 희망카드로 도서상품권을 구매한 뒤 중고거래 사이트에 되파는 상품권 깡으로 현금을 챙겼다. 지원만 받고 사업 참여를 취소한 ‘얌체 참가자’도 11명 있었다. 대전시의 청년취업 희망카드 사업은 초기부터 ‘선심성 퍼주기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당초 희망카드 발급 대상자를 6000명으로 정했으나 첫 모집에 응한 구직자는 1700여 명에 불과했다. 미달 사태에 놀란 대전시는 지난달 16일부터 수시모집으로 바꾸고 지원 대상 범위도 크게 확대했다. 이미 확보한 예산 108억원을 집행하기 위해서였다.

경기 성남시 ‘청년배당’ 부작용도 심각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성남시는 지난해 1월부터 24세 이상 청년 모두에게 분기별로 25만원을 지역 상품권인 ‘성남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하고 있다. 상품권이 지급되는 1, 4, 7, 10월 말에는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 성남사랑상품권 판매 게시물이 급증한다. 시세는 액면가의 88~90%다. 주된 수요자는 주부다. 분당·성남 주부들이 모이는 ‘맘 카페’ 사이트에서는 사겠다는 게시글이 끊이지 않는다. 10% 싸게 산 뒤 마트, 시장 등에서 사용해 생활비를 아끼겠다는 의도다. 서울에서 살면서 주소지만 성남에 두고 상품권을 받는 경우도 발각됐다.

주된 사용처도 치킨집, 고깃집, 지하상가 등 취업 준비와 무관한 곳이 많다. 10일 ‘성남사랑상품권 가맹점 검색 서비스’를 검색한 결과 전체 상품권 가맹점 2823개 중 서적·문구로 등록된 점포는 53개, 학원·교육은 23개에 불과했다. 올해 청년배당을 받은 김모씨(25)는 “책값 등은 부모에게 받고 상품권은 ‘치맥 파티’를 하는 데 주로 쓴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에는 서울시 ‘청년수당 클린카드’가 모텔, 노래방에서도 사용 가능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됐다. 홍철호 바른정당 의원이 입수한 ‘서울시 청년수당 클린카드 업종코드 및 업종별 리스트’에 따르면 업종코드 340개 중 13%인 45개만 카드 사용이 제한됐다. 모텔, 노래방, DVD방 등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장신구, 주류 등도 구입할 수 있다.

잡음과 사고가 잇따르자 지자체들도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대전시 관계자는 “지원자 미달 사태가 나자 지원 대상을 확대한다고 하는데, 이렇게까지 해서 세금을 낭비해야 하느냐”고 했다. 서울시의 경우 박원순 시장은 “부분적 일탈은 있을 수 있지만 신뢰야말로 사회적 자본의 핵심”이라며 밀고 나가고 있다. 하지만 일선 공무원들에게선 “잇따르는 사고와 일탈로 제도 자체의 기반까지 흔들리고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지자체들의 자체적인 청년수당 정책에 반대해온 중앙정부도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청년 취업난 문제를 해결하려면 중앙과 지방 구분 없이 타깃을 명확히 설정하고 통일된 정책을 펴는 것이 중요한데도 인기영합적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수영/고윤상 기자/전국 종합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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