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비 나쁜 전기차엔 내년 보조금 깎는다

입력 2017-09-10 17:58
1회 충전 주행거리 등 등급별 800만~1200만원 차등 지급

전기차 보조금 2018년 최대 1000만원 차이날 수도


[ 심은지/강현우 기자 ] 내년부터 연비(에너지 효율)가 나쁜 전기자동차는 정부 구매보조금이 깎인다. 연비와 차종에 따라 보조금을 차등화해 미세먼지 감축 등 친환경 정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목적이다.

10일 환경부에 따르면 정부는 전기차의 연비와 주행거리 등을 따져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는 내용의 ‘전기차 보급지침 개정안’을 마련 중이다. 연내 개정해 내년부터 적용한다.

환경부는 현재 전기차 보급지침에 따라 모든 전기차에 대당 1400만원의 국고 보조금을 주고 있다. 일반 승용차보다 비싼 화물차, 버스 등에도 일률적으로 적용한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200만원 낮은 대당 1200만원의 보조금을 일괄 지급하는 것으로 정부 예산안이 잡혀 있다.

환경부는 이를 연비에 따라 최대 400만원가량 차이를 둘 방침이다. 내년 예산안 기준으로 가장 등급이 높은 전기차는 1200만원, 가장 낮은 등급은 800만원을 줄 계획이다. 예를 들어 1회 충전으로 383㎞를 운행할 수 있는 한국GM 볼트는 1200만원, 132㎞를 가는 닛산 리프는 800만원의 지원금을 받게 된다.

환경부 관계자는 “일반 승용차를 전기차로 더 많이 바꾸도록 유도하기 위해선 차종 특성 등을 반영해 보조금을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내년도 전기차 구매보조금 예산으로 3523억여원을 책정했다. 올해(2643억원)보다 33% 늘렸다. 지원 물량은 올해보다 6000대 증가한 총 2만 대다. 보조금 차등화가 이뤄지면 전기차 지원 물량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는 평가항목을 조정하는 막바지 작업에 들어갔다. 1회 충전으로 달릴 수 있는 거리와 연비가 가장 핵심적인 항목이지만 각 항목이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라는 게 환경부 설명이다.

전기차 제조업체가 충전 후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 무거운 배터리를 넣으면 연비는 떨어지고, 반대로 연비를 높이기 위해 배터리 무게를 줄이면 주행거리가 짧아지기 때문이다. 소비자에게 가장 이상적인 조합이 나오도록 등급을 조정해야 하는 만큼 전문가들의 의견을 다각도로 모으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개별적으로 지급 차등화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각 지자체는 국고 보조금과 별개로 지방비로 대당 300만~1200만원의 전기차 구매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서울시는 대당 550만원, 부산시는 500만원을 지급해 차등화 효과가 작다. 하지만 충북 청주는 대당 1000만원, 울릉도는 900만원을 지급한다. 이런 지자체들이 보조금을 차등 지급할 경우 국비를 포함하면 소비자가 받는 전기차 보조금은 최대 1000만원 정도 차이가 날 수 있다.

자동차업계는 성능 좋은 전기차에 더 많은 지원금을 주는 정책 방향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연구개발(R&D)을 통한 기술 경쟁을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어서다. 다만 내년부터 대당 보조금이 1200만원으로 깎이는 데다 차등화까지 시행되면 소비자 부담이 커진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모처럼 활기를 띤 전기차 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심은지/강현우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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