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역사적인 돌담길 개통

입력 2017-09-10 17:40
찰스 헤이 < 주한 영국대사 enquiry.seoul@fco.gov.uk >


매일 아침 대사관저를 나설 때마다 필자는 1884년 서울의 이 자리에 영국대사관저와 영국대사관 부지 매입을 협상한 전임자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그때는 한국과 영국이 외교 관계를 수립하고 막 1년이 지난 뒤였다. 이후 서울은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변했다. 하지만 대사관저와 대사관 부지, 대부분 건물은 19세기 말 모습 그대로 보존돼 있다. 이곳은 외교 자산 가운데 정말 값진 보석이며, 대사관 업무를 하면서 한국 내 많은 친구와 지인을 접촉할 수 있는 중요한 장소다.

7년여 전 이곳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덕수궁 담벼락을 따라 길게 내려온 부분, 즉 대사관 외벽 안쪽 길이 대사관 부지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우리는 서울시에서 그 땅을 빌려 쓰고 있었는데, 약 50년 전부터 임차료 납부가 중단됐고 서울시도 청구하지 않은 것이다. 그런 일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양측 다 확실히는 모르지만, 시간이 흐르고 직원이 계속 바뀌면서 그 땅은 대사관에 속한 부지처럼 간주됐다.

이 문제를 알았을 때, 우리는 서울시와 문제 해결을 위해 협력했다. 서울시장은 그 길을 회수하는 것뿐만 아니라 ‘돌담길’을 만드는 것에도 관심이 있었다. 이를 위해 덕수궁 담장을 따라 있는 대사관 부지 일부도 내어 달라고 요청했다. 우리는 협력할 방법을 찾고자 노력했지만, 보안 문제로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

많은 조사와 검토를 거쳐 대사관 부지를 내어줄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오자마자, 우리는 새로운 경계선을 만들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 우리는 올해 초 도로를 서울시에 돌려줄 수 있었다. 그리고 수십 년 만인 지난달 말 돌담길이 처음 일반에 공개됐다.

성대한 개막식이 열렸다. 박원순 시장과 필자, 그리고 다른 귀빈들이 개막 테이프를 자르는 장면을 한국과 영국 제복을 입은 근위병들이 지켜봤다. 개막식을 지켜볼 수 있게 서울시장이 근처 학교 어린이들을 초청한 것이 특히 기뻤다.

필자는 외출 시 종종 대사관 뒷문을 이용한다. 이제 한쪽은 대사관, 다른 한쪽은 덕수궁의 나무와 꽃으로 둘러싸인 돌담길의 평화와 아름다움을 즐기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돌담길이 멋진 산책길이 됐다. 돌담길 개조 공사를 훌륭하게 마친 한국 문화재청과 서울시에 축하를 드린다.

우리는 대사관 내부로 영구적인 접근을 허용할 순 없지만, 영국대사관 건물과 구내를 일반인이 구경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서울 중구청이 주관하는 ‘정동 문화의 밤’과 서울시에서 주관하는 ‘서울 오픈 나이트’ 행사에 참여해 왔고, 앞으로도 계속 참여할 것이다.

찰스 헤이 < 주한 영국대사 enquiry.seoul@fco.gov.u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