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서 귀국한 문 대통령, 대국민 메시지
"북한 핵실험 강행…안보 위중 국민생명 위해 미룰 수 없어
추가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검증 원하면 언제든 응할 것"
청와대 "사드 원칙 일관성 지켰다"…오락가락 비판에 정면반박
문 대통령, 다음주 5당 대표와 간담회
[ 손성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8일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사드 임시 배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사드 배치 관련 대통령 서면 입장문을 통해 “현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라고 판단했고, 미리 예고했던 바이기도 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긴급 입장문을 낸 것은 사드 배치로 인한 국내 반발 여론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는 데다 북한의 잇단 도발과 이에 대한 대응책을 놓고 주변 4강 국가 간 이견을 보이는 등 한반도 위기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데 따른 국민적 양해를 구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서면 형식을 빌렸지만 문 대통령이 취임 후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한 것은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갈수록 고도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그에 대한 방어능력을 최대한 높여 나가지 않을 수 없다”며 “이 점에 대해 국민 여러분의 양해를 구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결과에 대한 공개적이고 과학적인 추가 검증을 요청한다면 언제든지 응하겠다”며 “사드체계의 최종 배치 여부는 여러 번 약속드린 바와 같이 보다 엄격한 일반 환경영향평가 후 결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처한 안보 상황은 매우 엄중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국민이 기대하는 정부의 책임을 다해 나갈 것”이라며 “국민의 뜻을 받들어 용기 있게 결단하겠다. 국민 여러분께서도 정부의 의지와 노력을 믿고 마음을 모아줄 것”을 당부했다.
청와대는 이날 사드 배치와 관련해 정부가 오락가락했다는 비판을 적극 반박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부는 일관성 있게 원칙을 지켜왔다”며 “문 대통령은 지난 4월 TV토론에서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하면 사드 배치를 할 수 있다고 언급했고, 이후 진행 상황을 보면 절차적 투명성 확보와 국회 동의라는 크게 두 가지를 얘기해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절차적 투명성과 관련해 환경영향평가를 해왔고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도발로 대통령이 사드 임시 배치를 지시했다. 이후 소규모 환경영향평가가 끝나기를 기다렸고 환경부가 미세먼지 부분 측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해서 또 1주일 정도 기다렸다”며 “환경부가 이상이 없다고 한 데 따라 사드 임시 배치 일정을 잡고 국방부와 주한미군이 협의해 날짜를 정하고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중국의 거센 반발과 관련, “중국 문제는 대화·설득을 통해 풀어야 할 숙제임이 분명하지만, 북한이 더이상 핵·미사일 도발을 못 하도록 압박을 가하는 게 현재로서는 더 적절하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국회 동의를 받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사실 국회 동의·비준은 국회 요청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야 3당에서 사드 배치를 빨리 하라는 게 공식 입장이었고 국회 동의를 사실상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엄중한 북핵 국면에서 여·야·정 상설국정협의체의 조속한 구성 등을 위해 다음주 여야 5당 대표들과 청와대에서 회동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방송장악 중단 및 대북정책 전면 수정을 요구하며 정기국회 일정을 보이콧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대표가 문 대통령 초청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