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 부는 환절기…40·50대는 심근경색, 아이들은 감기 조심

입력 2017-09-08 20:23
이지현 기자의 생생헬스 - 환절기 건강관리법


[ 이지현 기자 ]
아침저녁 찬바람이 불면서 건강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많다. 일교차가 10도 넘는 환절기에는 각종 심뇌혈관 질환과 호흡기 질환이 늘어난다. 세계 사망원인 1위, 한국인 사망원인 2위인 심혈관 질환은 매우 위험한 질환이다. 40~50대 돌연사의 주범이기도 하다.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 사이에서는 환절기에 감기, 인플루엔자 등 호흡기 질환이 급증한다. 연령대에 맞는 건강관리가 필요하다. 환절기에 주의해야 할 심혈관 질환과 호흡기 질환을 알아봤다.

협심증, 심근경색증 위험

심장 근육이 활발히 움직이려면 혈액을 잘 공급받아야 한다. 심장의 관상동맥은 혈액공급을 담당한다. 이 혈관에 문제가 생기면 협심증, 심근경색증 등의 위험이 커진다. 사람이 흥분하거나 심한 운동을 할 때는 심장 펌프가 활발히 운동한다. 관상동맥이 좁아지면 심장으로 들어가는 혈액량이 적어 산소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는다. 이때 협심증이 생기는 데 가슴이 아픈 것이 대표 증상이다. 심근경색증은 혈관이 좁아진 상태에서 피 속을 떠돌던 혈전이 혈관을 막는 것이다. 식은땀을 흘리고 말을 못 할 정도로 죽을 것 같은 통증을 호소한다. 통증, 실신, 호흡 곤란 등도 주요 증상이다. 급성 심근경색증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급성 심근경색증 환자의 50%는 평소 건강하던 사람이다. 수일 전 건강검진에서 이상이 없다는 판정을 받은 뒤 급성 심근경색증으로 응급실을 찾는 환자가 있을 정도다. 급성 심근경색증이 생긴 환자 3명 중 1명은 병원에 도착하기 전 사망한다.

환절기에 심혈관 질환이 늘어나는 이유는 찬 기온에 혈관이 수축하기 때문이다. 혈관이 수축하면 혈압이 갑자기 올라가고 심장 박동이 빨라진다. 찬 공기에 갑자기 노출되면 인체를 흥분시키고 긴장시키는 교감신경 활동이 늘어난다. 이 때문에 말초동맥이 수축되고 혈관 저항이 높아져 혈압이 오른다. 심장 부담은 더욱 커지고 심혈관이 막힐 확률도 높아진다. 동맥벽에 콜레스테롤이 쌓여 염증이 생기는 동맥경화증 환자는 심혈관이 막힐 위험이 매우 크다. 당뇨 환자도 마찬가지다. 당뇨가 혈관을 수축시키는 데다 당뇨가 있으면 혈관에 노폐물이 많이 쌓인다. 혈관 탄성이 떨어져 막힐 가능성이 크다. 동맥경화증,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병, 비만 등이 있거나 가족 중 심혈관 질환자가 있으면 더욱 주의해야 한다.

찬바람 불면 높아지는 혈압

혈압은 여름에 떨어졌다가 매년 늦가을부터 겨울에 급상승한다. 여름보다 겨울에 수축기 혈압은 7㎜Hg(수은주밀리미터), 이완기 혈압은 3㎜Hg 정도 올라간다. 새벽 찬바람에 노출되면 혈압이 순간적으로 상승해 심근경색 등 응급 질환이 생길 수 있다.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큰 사람은 새벽운동과 아침 산행을 삼가야 한다. 외출할 때 옷을 충분히 입고 적절한 실내 온도를 유지해야 한다. 아침에 잠에서 깨 일어날 때 급하게 일어나지 말고 천천히 일어나야 한다.

김영학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혈압을 수시로 확인해 정상보다 높을 때는 외출을 삼가야 한다”며 “계속 혈압이 높게 측정되면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고 했다. 술, 담배를 줄이는 것은 기본이다. 소금을 많이 섭취하면 혈관 질환 위험이 커진다. 음식에 넣는 소금, 간장의 양을 반 이하로 줄이고 신선한 채소를 많이 먹으며 몸무게를 조절해야 한다. 따뜻한 날 오후에 빨리 걷기, 달리기, 줄넘기, 자전거 타기, 에어로빅 등 유산소 운동을 하는 것은 도움이 된다. 과로를 피하는 등 긴장을 풀어야 하고 너무 깊지 않은 욕조에서 미지근한 물로 목욕하는 것이 좋다.

김 교수는 “혈압약을 정확히 복용해 평균 140/90㎜Hg 미만을 유지해야 한다”며 “평소와 달리 갑자기 머리가 심하게 아프거나 심장 박동이 빨라지거나 가슴이 조이는 듯한 통증이 오면 곧바로 의사 진찰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특히 차가운 날씨에 외출했는데 왼쪽 가슴 부위가 조여오거나 평소보다 호흡곤란이 심해지면 심장 질환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 119를 통해 최대한 빨리 의료진과 상담해야 한다. 니트로글리세린 등의 응급약을 복용하는 것도 좋다.

목 뒤 따뜻하게 하면 호흡기 질환 예방 도움

환절기엔 아이들의 호흡기 질환 위험이 커진다. 온도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면역력이 떨어지면 감기, 인플루엔자 등 호흡기 바이러스가 몸속으로 침투하기 좋은 환경이 된다. 이들 바이러스는 건조한 점막을 좋아하는데 환절기 습도가 낮아지는 것도 감염 위험이 커지는 원인 중 하나다.

호흡기 질환 예방을 위해 차가운 공기가 아이들 호흡기 점막을 자극하지 않도록 신경써야 한다. 아이를 재울 때 창문을 꼭 닫아야 한다. 창문 밑에서 자지 않도록 신경써야 한다. 땀을 흘리며 자다 차가운 공기를 맞으면 쉽게 감기에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창문 앞에 큰 쿠션을 둬 바람을 막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햇볕이 좋은 낮에는 창문을 활짝 열고 환기를 시켜 실내 공기를 정화해야 한다.

마스크도 아이들 호흡기 질환을 예방하는 좋은 방법이다. 일회용 마스크를 옷 주머니마다 넣어두고 바람이 찰 때 착용하도록 하면 된다. 장선영 함소아한의원 대표원장은 “감기 예방을 위해 목 뒤 대추혈을 따뜻하게 해야 한다”며 “아이가 감기 기운이 있으면 손수건이나 얇은 스카프를 목에 둘러주면 도움이 된다”고 했다. 아침 기상 직후 콧물이나 재채기, 기침 등의 증상이 있을 때 헤어드라이기의 따뜻한 바람으로 목 뒤를 따뜻하게 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신나게 뛰어논 뒤 아이가 으슬으슬 추워하면 족욕을 해주고 일찍 재우는 것이 좋다. 환절기 감기로 열이 나는 증상을 호소하는 아이도 많다. 체온이 39도 이상으로 올라가지 않고 컨디션이 떨어지지 않으면 경과를 지켜보는 것이 좋다.

장 원장은 “약간의 두통이 있으면 이마에 시원한 물수건을 대주고 눈썹 끝과 눈꼬리 끝이 만나는 태양혈을 지압해주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했다. 그는 “열이 나면서 아이가 힘들어하거나 두통, 근육통이 심하고 평소 열성경련이 있으면 의사 처방에 따라 해열제를 복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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