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장을 만나다
도시정비는 문화 관점서 접근
철거 아닌 삶의 터전 유지하면서 '골목경제' 확산시키는 게 바람직
'10분 거리' 마을도서관 조성도
[ 백승현/박상용 기자 ]
“도시재생, 특히 종로의 재생은 한의학의 침술 같은 것이어야 합니다. 구도심에 대규모 아파트나 상업지를 만드는 방식의 ‘면’적인 개발보다는 도시 곳곳에 있는 ‘점’적인 공간의 특성을 살리는 게 중요합니다.”
김영종 종로구청장(사진)은 건축가 출신이다. 아니 지금도 건축가다. 자칭 ‘건축쟁이’라는 김 구청장에게 과거와 달라진 것은 건축의 대상이다. 건축이 업(業)이었을 때는 특정 건물과 공간만 바라봤지만 지금은 ‘종로구 재생’이라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7년째 추진하고 있다.
김 구청장은 “도시 정비는 부동산이 아니라 문화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의 도시 정비는 대규모 재개발·재건축 등 전면 개발 방식으로 추진돼 문화나 역사, 공동체보다는 이해 관계자들의 이익과 사업성을 먼저 생각하다 보니 비용이 많이 들고 사회적 갈등도 끊이지 않았다는 게 김 구청장의 설명이다. 그는 “그동안 개발 과정에서 경제력이 약한 원주민들의 재정착률이 낮아 기존의 공동체가 무너지는 것이 큰 문제였다”며 “도시재생은 철거가 아니라 삶의 터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주민이 제안하는 시설, 공원 등을 꾸며 골목경제를 확산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했다.
김 구청장이 직원들에게 항상 강조하는 말이 있다. “상품이 아니라 작품을 만들라”는 것이다. 김 구청장이 첫손에 꼽는 ‘작품’은 마을도서관이다. ‘책읽는 종로, 걸어서 10분’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종로구 어디서든 10분 거리에 마을도서관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김 구청장 취임 이후 종로구에는 16개의 크고 작은 도서관이 생겨났다.
걷기 편한 종로거리 조성도 역점적으로 추진했다. 종로구는 ‘미리 비우기’라는 주제로 지난 4년여간 1만4500여 건의 시설물을 정비했다. 시설물 설치 단계부터 도시 미관을 고려해 시설물 설치를 최소화하는 사업으로 4억6000여만원의 예산도 절감했다는 게 종로구의 설명이다. 종로거리 곳곳의 보도블록 문양이 대청마루나 기와 모양으로 바뀐 것도 같은 시기다.
김 구청장은 서울산업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홍익대 도시건축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2010년에는 한양대에서 행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6년간 건축사로 일해온 경험을 살려 2012년에는 종로구청장으로서의 경험과 소회를 담은 책 《건축쟁이 구청장하기》를 내기도 했다. 이 책은 희망제작소가 지방자치단체장의 행정 철학과 성과를 소개하기 위해 기획한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이었다.
백승현/박상용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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