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해법' 못찾고 귀국한 문재인 대통령…사드 후폭풍까지

입력 2017-09-08 18:24
푸틴과 정상회담서 '북핵 대응' 입장차 확인

중국·러시아 '원유공급 중단' 반대…미국·일본과도 미묘한 입장 차이
사드 추가 배치, 지지층 반발…문 대통령 대국민 메시지 검토
다음주 5당 대표와 간담회


[ 손성태 기자 ]
러시아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4기의 추가 배치 후 강한 후폭풍에 직면했다. 안으로는 시민단체 등 핵심 지지층의 거센 반발에 맞닥뜨렸고, 밖으로는 중국 정부의 항의에 부닥친 것이다.

전날 밤 귀국한 문 대통령은 이날 공식 일정을 잡지 않고 사드 배치로 더 복잡해진 북핵 외교 해법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지난 6일 정상회담에서 대북 압박과 제재 수위를 놓고 주변 4강인 미국 일본과 중국 러시아 간 미묘한 견해차를 거듭 확인한 것도 대북 해법을 미궁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요인이다.

푸틴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 문 대통령과 뜻을 같이하면서도 대북 원유 공급 중단 등에 대해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중국도 문 대통령의 전화통화에 응하지 않는 방식으로 한·미·일 주도의 대북 압박과 제재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사드 발사대 4기 추가 배치와 관련한 대국민 메시지를 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이날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긴급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이 사드 배치와 관련해 대국민 메시지를 검토 중”이라며 “국민께 드릴 좋은 메시지가 있으면 발표하겠지만, 이 문제가 매우 복합적인 성격을 띠고 있어 언제 나올지는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사드 배치와 관련해 정부가 오락가락했다는 비판을 적극 반박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부는 일관성 있게 원칙을 지켜왔다”며 “문 대통령은 지난 4월 TV 토론에서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하면 사드 배치를 할 수 있다고 언급했고, 이후 진행 상황을 보면 절차적 투명성 확보와 국회 동의라는 크게 두 가지를 얘기해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절차적 투명성과 관련해 환경영향평가를 해왔는데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도발로 대통령이 사드 임시 배치를 지시했다. 이후 소규모 환경영향평가가 끝나기를 기다렸고 환경부가 미세먼지 부분 측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해서 또 1주일 정도 기다렸다”며 “환경부가 이상이 없다고 한 데 따라 사드 임시 배치 일정을 잡고 국방부와 주한미군이 협의해 날짜를 정하고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중국의 거센 반발과 관련해 “중국 문제는 대화·설득을 통해 풀어야 할 숙제임이 분명하지만, 북한이 더는 핵·미사일 도발을 못 하게 압박을 가하는 게 현재로서는 더 적절하다”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외교적 복안’을 언급한 것에 대해서는 “저희도 아쉽게 생각하지만 엄중한 현 상황이 우리 운신의 폭을 좁히고 있다”고 토로했다. ‘국회 동의를 받지 않았다’는 지적에 는 “사실 국회 동의·비준은 국회의 요청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야3당에서 사드 배치를 빨리하라는 게 공식 입장이었고 국회 동의를 사실상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엄중한 북핵 국면에서 여·야·정 상설국정협의체의 조속한 구성 등을 위해 다음주 여야 5당 대표들과 청와대에서 회동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방송 장악 중단 및 대북정책 전면 수정을 요구하며 정기국회 일정을 보이콧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대표가 문 대통령 초청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홍 대표는 전날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과의 만남에서 여·야·정 국정협의체 참여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이날도 한국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들러리 회담에 참석하지 않겠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