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도시를 키운다
물류센터 지으며 고용창출
임금도 평균 30% 높아
채용박람회에 10만명 몰려
[ 추가영 기자 ]
전자상거래 확대가 일자리를 더 늘렸을 뿐 아니라 근로자의 임금도 높였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온라인 쇼핑이 오프라인을 대체하면서 실직자가 대거 쏟아질 것이라는 우려와 달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마이클 맨델 미국 진보정책연구소 수석이코노미스트의 보고서를 인용해 아마존을 비롯한 전자상거래 업체가 2007년 이후 창출한 일자리 수는 40만1000개에 달했다고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같은 기간 오프라인 소매업계에서 줄어든 일자리 수(14만 개)의 세 배가량을 오히려 늘린 셈이다. 물류센터 직원은 기존 소매점 판매직원보다 평균 임금이 31%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자리 창출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회사인 아마존이다. WSJ에 따르면 아마존은 뉴욕 스테이튼섬에 물류센터를 짓기로 하면서 2250개에 이르는 정규직 일자리를 창출했다. 아마존 관계자도 신규 채용한 직원들에게 전통 소매업체보다 평균 30% 높은 임금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아마존이 미 전역에서 연 대규모 채용박람회엔 10만 명의 지원자가 몰렸고, 아마존은 이 중 4만 명을 채용했다.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많이 파는 ‘박리다매’로 수익을 내는 전자상거래 기업이 인건비를 감당할 수 있을까. 맨델은 아마존 물류센터의 업무 효율성 덕분에 채용을 늘리는 게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직원 한 명이 하루평균 20명의 소비자를 상대할 수 있는데 물류센터에선 통상 75개에서 240개 상자를 포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동화도 일자리 감축의 요인이 되지 않았다. 로봇을 도입한 미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 있는 아마존 물류센터 직원 수는 2015년 2500명에서 현재 3500명으로 증가했다.
맨델은 전자상거래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목표는 제품 가격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시간을 절약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맨델의 조사 결과 소비자들이 전자상거래를 통해 여러 상점을 직접 방문하는 수고를 덜게 되면서 일반적으로 1주일에 15분 정도 절약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편의 때문에 소비자들은 기꺼이 유료 서비스를 이용한다.
미국 투자은행 코웬앤드코 소속 존 블랙렛지 애널리스트는 미국 전체 가구 중 42%가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추산했다. 아마존에서 당일배송 혹은 하루 또는 이틀 만에 배송받기 위해 5300만 명의 미국인이 연간 99달러(약 11만원)의 프라임 서비스 가입비를 낸다.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 회원의 주문 횟수도 비회원보다 두 배 이상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