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4.0 시대 이기는 마케팅
'마케팅의 아버지' 필립 코틀러, 4차 산업혁명 시대 마케팅 제시
세분화·표적화·포지셔닝 등 전통적 브랜드 전략으론 부족
소비자 중심 콘텐츠 만들어 다차원적인 소통 이끌어내야
필립 코틀러 외 지음 / 김민주·이엽 옮김 / 한국경제신문 / 420쪽 / 1만8000원
‘마케팅의 아버지’로 불리는 필립 코틀러의 최근작 《마켓 4.0 시대 이기는 마케팅》은 연결성과 디지털 혁명으로 대표되는 이 시대에 전통적인 마케팅 기법(레거시 마케팅)과 새로운 마케팅 기법(뉴웨이브 마케팅)을 대비시키면서 마케팅의 미래를 제시한다. 코틀러의 주장은 단호하고 명쾌하다. 변화를 미뤄 보건대 과감하게 레거시 마케팅을 넘어 뉴웨이브 마케팅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유독 이 책이 눈길을 끄는 것은 아시아 기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례적인 일이다. 책의 후기에 해당하는 3개의 장은 모두 아시아 기업에 할애했다. 13장은 아시아 시장의 로컬 챔피언, 14장은 아시아에서 성공한 글로벌 기업, 15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도약하고 있는 아시아 기업을 다루고 있다. 힘든 상황을 극복하고 세계 시장에서 힘찬 날갯짓을 시작한 아시아 신생 기업들의 성공 사례는 우리에게도 귀한 교훈과 실용적인 지식을 제공해줄 것이다.
놀라운 점은 노년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트렌드를 놓치지 않고 반보 앞서 나가는 코틀러의 열정과 지력이다. 한 인간으로서 생의 끝자락까지 저렇게 치열하게 살아낼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점에서 감동과 여운을 남긴다. 결국 책도 작가 삶의 태도와 마음가짐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그의 열정이 독자들에게도 전해지리라 믿는다.
전체 3부로 구성된 이 책의 ‘들어가기’는 ‘변화의 해부학’이란 제목으로 정치, 법률, 경제, 사회, 문화, 기술 등 시장에 변화를 일으키는 주요 동력을 다룬다. 이 가운데 근본적인 동력은 기술이다. 디지털 기술은 소비자 경로를 전통적인 4단계(4A: 인식·태도·행동·재행동) 프로세스에서 5단계(5A: 인식·어필·질문·행동·옹호)로 변화시켰다. 이런 변화는 마케터로 하여금 과거보다 더욱 수평적인 접근 방식으로 마케팅에 다가가도록 유도한다. 코틀러는 이를 ‘뉴웨이브 마케팅’이라고 부른다.
1부 ‘변화하는 마케팅: 역동적인 경쟁구도’에서 저자는 기업이 소비자 중심의 관점에서 자사 제품과 서비스를 사용하는 소비자의 심리와 정서적 측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오프라인에서와 마찬가지로 온라인에서도 확보, 유지, 성장, 윈백(놓친 고객을 되찾기 위한 기회 모색)을 적극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인간 중심의 관점에서는 자사 이익을 넘어서 지역 공동체에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활동을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 협업으로 추진해야 한다.
2부 ‘움직이는 마케팅: 경쟁력 있는 핵심 가치’는 맥도날드 최고 마케팅 책임자를 지낸 래리 라이트의 명언으로 시작된다. “우리가 아는 브랜드 포지셔닝은 이미 끝났다.” 기업은 제품과 브랜드를 소비자의 마음속에 각인시키고자 하는 포지셔닝 전략을 최고로 여기고 활용해 왔다. 이제는 전통적인 포지셔닝 대신 ‘명료성’이라는 새로운 전략을 적용해야 한다. “명료성은 소비자 중심의 콘텐츠를 만들어 다차원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며, 일방적인 소통이 아니라 다자적인 소통을 한다는 점에서 포지셔닝과 구분된다.”
‘레거시 시대’의 차별화는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콘텐츠, 콘텍스트, 인프라를 통합해 경쟁사에 비해 자사를 독보적으로 보이게 하는 것이었다. ‘뉴웨이브 시대’에 기업은 경쟁사들이 쉽게 모방할 수 없는 진정한 독창성을 키워야 한다. 이를 위해 브랜드 DNA를 마케팅 부서뿐만 아니라 기업의 모든 부서에 주입해야 하는데 이를 ‘내면화’라고 부른다. 또 뉴웨이브 시대에는 브랜드가 더 수평적으로 바뀌기 때문에 브랜드를 인간적 캐릭터로 전환할 수 있어야 한다. 요컨대 ‘포지셔닝에서 명료성으로, 차별화에서 내면화로, 브랜드에서 캐릭터로’ 마케팅의 중심을 옮겨야 한다.
3부 ‘창조하는 마케팅: 경쟁력 있는 마케팅’에서는 레거시 시대와 뉴웨이브 시대를 뚜렷이 구분해 마케팅 전략의 변화를 소개한다. 마케팅 전략은 세분화, 표적화, 포지셔닝이란 세 가지 요소에 집중하는 데 그쳐선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뉴웨이브 시대에는 기업들이 전통적인 세분화가 아니라 커뮤니티화를 지향해야 한다. 더욱이 수평적 마케팅 시대에는 소셜네트워크를 영업에 활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이를 ‘상업화’라고 부른다. 수직을 넘어서 수평이 마케팅 전략의 중심을 차지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일관된 주장이다.
코틀러의 책은 언제나 체계적이고 조직적이다. 이 책은 연결성 시대 이전을 ‘레거시 시대’로, 그 이후를 ‘뉴웨이브 시대’로 구분한다.
두 분류의 체계에서 마케팅 전략의 변모를 꼼꼼히 따져 들어가고 있기 때문에 변화의 실체와 실용적인 적용법을 일목요연하게 배울 수 있다.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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