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은행장에 은성수 KIC 사장
금융계 주류로 '장하성 라인' 부상
[ 이태명/정지은 기자 ]
산업은행 회장에 이동걸 동국대 경영대학 초빙교수(64)가, 수출입은행장에 은성수 한국투자공사(KIC) 사장(56)이 발탁됐다.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는 7일 이 교수와 은 사장을 각각 산은 회장과 수은 행장으로 임명 제청했다. 두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의 임명을 받는 대로 공식 취임한다. 이로써 새 정부의 금융정책과 기업구조조정을 주도할 금융당국 및 양대 국책은행 사령탑이 모두 채워졌다. 청와대가 정통 경제관료(최종구 금융위원장, 은성수 수은 행장 내정자)와 개혁 성향의 민간 출신(최흥식 금감원장 내정자, 이동걸 산은 회장 내정자)을 두 명씩 기용해 균형을 맞췄다는 분석이 나온다.
강성 개혁론자 이동걸 컴백
이 내정자는 진보·개혁 성향의 경제학자다. 대표적 ‘재벌개혁론자’로 알려져 있다. 경북 안동 출신으로 경기고,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예일대에서 금융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김대중 정부 때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대통령 자문정책기획위원을 지냈으며 노무현 정부 때엔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과 금융연구원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 대선 때는 문 대통령 후보 캠프의 비상경제기획단 멤버로 참여했다.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 등과 문 대통령의 경제공약을 입안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이런 이력 때문에 새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 경제수석, 금융위원장 유력 후보로 꾸준히 거론되기도 했다. 이 내정자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경제 패러다임이 바뀌면 정책금융기관도 경영 패러다임이나 목표를 바꿔야 한다”며 “(산은 회장으로서) 4차 산업혁명과 신산업 등을 지원할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은 내정자는 정통 경제관료 출신이다. 전북 군산고,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하와이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행정고시 27회로 재무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대표적인 ‘국제금융통’이다. 기재부 국제금융국장, 국제업무관리관(차관보),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상임이사 등을 거쳐 지난해 1월 KIC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2011년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국제업무관리관을 지낼 때 국제금융국장으로 2년간 호흡을 맞췄다. 기재부 관계자는 “은 내정자는 국제금융 전문가로 해운·조선산업 구조조정, 수출금융 활성화 등을 추진할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정통 관료와 민간 ‘안배’
전날 최흥식 금감원장 내정자에 이어 이날 이 내정자의 발탁과 관련해 관가에선 ‘장하성 라인’이 금융계의 주류로 떠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친분이 있는 인사나 경기고 동문이 주요 요직에 배치됐다는 점에서다.
차기 산은 회장을 맡게 된 이 내정자는 장하성 실장과 경기고 동기(1968년 입학)다. 최 내정자는 장 실장의 경기고 1년 선배다. 당초 금감원장으로 유력했던 김조원 전 감사원 사무총장에 대한 비판이 거세자 장 실장이 최 내정자를 적극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장 실장과 친분이 두텁다. 둘은 고려대 동문으로 고려대 교우회 활동을 같이 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이 지난 7월 최 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장 실장이 강력하게 추천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금융계에선 새 정부의 금융정책·구조조정정책을 추진할 ‘라인업’이 절묘한 균형점을 찾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정통 경제관료 두 명과 개혁 성향의 민간 출신 두 명이란 점에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정책 추진 과정에서)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안배한 느낌”이라며 “최흥식 내정자와 이동걸 내정자도 관료로 일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협조가 잘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불협화음이 상당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당장 최 내정자가 금융감독체계 개편 문제에 어떤 생각을 갖느냐에 따라 금융위와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제기된다. 최 내정자는 과거 금융감독체계 개편과 관련해 감독권을 민간에 많이 이양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기업구조조정과 관련해선 이 내정자의 철학이 어떻게 반영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그가 재벌개혁론자로서 대기업 구조조정을 총괄하는 산업은행을 통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태명/정지은 기자 chihi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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