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해진 '지문 DB'… 미제사건 절반 해결

입력 2017-09-05 18:54
기법 발달…'조각지문'도 확인

경찰, 지문 4억개 DB화로 성과
묻혀있던 154건 피의자 잡아
미성년·외국인 범죄자 속속 검거


[ 이현진 기자 ] 2012년 10월6일 새벽 3시, 서울 성북구 편의점에 들이닥친 강도가 금품을 훔쳐 달아났다. 경찰은 현장에서 확보한 지문을 지문검색시스템(AFIS)에 넣어봤지만 피의자 신원은 나오지 않았다. 미궁에 빠지는 듯하던 사건은 5년이 지난 올 5월16일 해결됐다.

범행 당시 15세이던 피의자 김모씨가 성인이 된 뒤 주민등록증을 만들면서 AFIS에 그의 지문이 등록됐기 때문이다. 경찰은 범인 지문과 김씨 지문이 일치한다는 것을 찾아내 군복무 중인 그를 헌병대로 넘겼다.


◆미제사건 1000건 중 482건 신원 확인

올 들어 장기 미제 사건 해결 소식이 부쩍 늘었다. 경찰청은 올 3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6개월간 살인·강도·절도·성폭력 등 미제 강력사건 994건의 현장 지문을 재검색해 482건에서 신원을 확인했다. 이 가운데 154건의 피의자가 검거됐다.

해결의 일등공신은 지문이다. 지난달 30일 부산지방경찰청 장기미제팀은 2002년 5월 발생한 부산 사상구 A다방 종업원 살해·사체유기사건 피의자 두 명을 검거했다. 15년 전 당시 피해자 관련 서류에서 채취한 희미한 쪽지문(부분 지문)을 AFIS에서 재검색해 비슷한 지문 1200여 개와 비교한 끝에 범인을 특정할 수 있었다. 같은 해 일어난 서울 구로동 호프집 주인 살인사건도 15년 만에 해결됐다. 당시 물기가 있는 맥주병에서 찾아낸 지문을 1500여 개 유사 지문과 비교한 끝에 피의자 장모씨를 검거했다.

미제 사건 대부분은 범행 당시 현장에 남아 있던 지문의 양이 극히 적어 신원을 확인하지 못한 경우다. 이후 AFIS가 발달하고 경찰청 소속 지문감정관들의 분석 숙련도가 높아지면서 신원을 밝혀 내는 사례가 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청이 보유한 주민등록지문 4억 개 데이터베이스를 전면적으로 개선했다”며 “검색속도, 검색화질 및 정확도 등을 꾸준히 향상시킨 결과”라고 설명했다.

◆검거 피의자 91% 범행 당시 청소년

지문재검색으로 검거한 154건의 피의자 177명 가운데 161명(91%)이 범행 당시 미성년자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성북구 편의점 강도사건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범행 시점에는 주민등록증 발급 대상이 아니라 등록된 지문 자료가 없었다. 성인이 되고 주민등록 이후 신원이 확인됐다는 설명이다.

법무부가 보유한 국내 입국 외국인 지문정보를 2014년부터 경찰청과 공유하면서 외국인 범죄자 한 명도 지문재검색으로 밝혀냈다. 2011년 3월31일 서울 동대문 다세대주택 강도 피의자 B씨를 범행 6년 만인 올 3월 검거한 것. 범행 당시는 경찰청에 지문 자료가 없었지만 법무부와 자료를 공유한 뒤 B씨가 2012년 10월 재입국하며 등록한 지문을 확보해 체포할 수 있었다.

과거 해결하지 못한 장기 미제 사건을 풀기 위해 꾸준히 과학수사기법을 발전·개발하는 것은 경찰의 주요 과제다. 경찰 관계자는 “주요 미제 사건에 대해서는 매년 현장 지문 재검색을 실시해 사건을 해결하는 데 필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이라며 “DNA 및 영상분석과 프로파일링 등 첨단과학수사기법을 총동원해 끝까지 추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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