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에 관심 있으세요? 팸플릿 받아 가세요." 5일 오전 10시께 연세대 백양누리에서 열린 2017년 연세 취업박람회. 일본 기업 채용 담당자가 지나가는 학생들에게 팸플릿을 나눠주며 말했다.
팸플릿을 건네받은 남학생들이 상담 부스로 발걸음을 옮겼다. 일본 기업 리쿠르팅 에이전트 3곳이 자리했다. 바로 옆에는 일본 금융그룹 등 해외 기업 상담부스가 있었다. 부스 앞에 마련된 의자에는 빈 자리 없이 학생들이 앉아 담당자 설명을 들었다.
하반기 대졸 공채 시즌 대학가 취업박람회에서 두드러진 특징은 일본 기업의 약진이다.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이 장기화되면서 중국 시장에 주력하는 기업은 위축된 반면 경기 회복세를 보이는 일본 기업 채용이 활발해진 것이다.
일본 기업 채용 담당자는 "일본어를 못해도 갈 수 있는 회사들이 있다"며 20여 개 기업이 적힌 팸플릿을 나눠줬다. 이 리쿠르팅 에이전트는 7일까지 3일간의 박람회 기간 내내 부스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했다.
반면 중국 사업에 매진했던 화장품 관련 기업은 자취를 감췄다. 지난해 채용박람회에서 홀로 부스 3개를 운영했던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박람회에서 빠졌다. LG생활건강 정도를 제외하면 화장품 업계 기업은 눈에 띄지 않았다.
이 같은 추세는 다른 대학도 비슷했다. 같은 날 취업박람회를 개최한 한양대 역시 '일본 기업 채용관'을 별도 개설하는 등 일본 채용 문턱이 낮아진 모습을 보였다. 대부분 서류와 면접 등으로 채용이 이뤄져 간소하다는 느낌을 줬다. 말로만 듣던 일본의 구인난이 피부로 와 닿았다. 이날 시작된 고려대 취업박람회에도 미즈호 파이낸셜 그룹, 워크 인 재팬(Work in Japan) 등 일본 기업이 참여했다.
학생들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과도한 스펙 경쟁에 일본 기업 취업으로 눈을 돌리는가 하면 늘어난 일본 기업 상담 부스에 호기심을 보이기도 했다.
연세대생 나대식 씨(21)는 "해외 취업을 생각하다가 문화가 내게 맞는 것 같아 일본 취업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학교 이유영 씨(21)도 "상담을 받아보니 요구하는 일본어 수준이 생각보다 높지 않아 다행"이라며 "회화만 잘하면 어학 성적이나 자격증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여학생들이 주로 선호하는 화장품 기업 상담부스에도 학생들의 대기줄이 길었지만 이 분야 기업 참여가 줄어 실망하는 기색의 학생들도 더러 보였다. 연세대 관계자는 "아모레퍼시픽은 이번 박람회에 참여하지 않았다. 사드 여파가 기업 채용에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귀띔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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