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 채용, 진짜 안 볼까?"…여전히 불안한 취준생

입력 2017-09-05 10:27
수정 2017-09-05 15:01

"나이 많은 문과 취업준비생에게 '블라인드 채용'이 과연 효과가 있을까요?"

어문계열 출신 취준생 구모 씨(27)는 최근 A기업 하반기 공채 준비를 하면서 낙담했다. 블라인드 채용을 표방한 이 기업 서류 전형에서 '전문성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요구하는 항목이 버젓이 있었기 때문이다. 구 씨는 지원서를 제출했지만 제조업에 주력하는 이 기업엔 합격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생각했다.

뒤이어 지원한 B기업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사진, 가족사항 등 일부 항목은 요구하지 않았으나 자격증 등 스펙을 기입할 수 있는 항목은 여전했다. '전공 무관' 채용 공고를 냈지만 우대 자격증 내역이 따로 제시돼 있기도 했다. '블라인드 채용'과 '전공 무관'을 내걸었지만 실제로는 관련 전공자가 유리한 것으로 보인다.

공공기관을 비롯해 일부 민간기업에도 블라인드 채용이 확산되는 추세지만 취준생들의 불안감은 가시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원서 내 자격증, 경력 등 스펙을 기재하면서 학교나 학과 추정이 가능해 블라인드 채용 도입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블라인드 채용이라고 하지만 사진이나 가족사항, 학력 등 일부 항목만 삭제한 영향이 크다. 관련 자격증 등을 통해 전공을 유추할 수 있어 기존 채용제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끼는 것이다. 민간기업은 블라인드 채용 도입 자체가 많지 않은 데다 최종면접 단계에서만 블라인드 전형을 실시하기도 해 채용 문턱이 높게 느껴진다는 취준생들이 많다.

일정 수준 이상의 학점과 어학 성적을 요구하는 등 "무늬만 블라인드 채용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입사 희망 기업 중 한 두 군데라도 학점과 어학 자격증 등을 요구하면 이들 요건을 다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블라인드 채용을 실시하는 기업은 보다 충실한 자기소개서를 요구한다. 여러 기업을 지원하는 취준생 입장에선 부담이 도리어 가중된 셈이다.

취준생 윤모 씨는 "블라인드 채용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직무와 실무 관련 준비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고 했다. "점점 자기소개서 문항이 까다로워지고 있다", "블라인드 채용 도입으로 기존 스펙뿐 아니라 무형의 역량까지 추가로 준비해야 합격할 것 같다"는 목소리가 뒤따랐다.

기대감을 내비치는 취준생들은 '제대로 된 블라인드 채용'을 강조했다. 도입 초기인 만큼 안착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공기업 입사 희망자 홍모 씨는 "이제 시작 단계라 문제 해결과 조정 과정이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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