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북한은 '핵 전면전' 치닫는데…정치권은 여전히 정쟁(政爭) 중

입력 2017-09-05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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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핵능력 거론하는데 우리는 '레드라인 타령'
미국·일본 긴밀한 공조 속 '코리아 패싱' 우려 커져
이 와중에 여야는 방송법 충돌…네탓 공방만

장진모 정치부장 jang@hankyung.com


대한민국이 백척간두에 서 있다. 북핵 위기가 만에 하나 한반도 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위기감이 일고 있다. 지난 3일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감행하면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장착할 수소탄 시험에 성공했다”고 밝히고, 미국이 군사력 사용을 불사하려는 듯 초강경 대응을 예고하자 ‘설마~’라는 안보불감증이 ‘혹시~’로 바뀌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북핵 대응을 협의하기 위해 전화통화를 하고 “미국은 모든 외교, 재래무기, 핵능력을 동원해 미 본토와 영토, 동맹국들을 보호하겠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북한이 공격해오면 핵무기로 북한을 초토화하겠다는 것이다. ‘공포의 균형(balance of terror)’을 초월하는 전략이다.

핵무력을 포함한 군사적 옵션을 언급한 미국 수뇌부의 잇단 강성 발언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핵(核)폭주’와 맞물려 한반도 전쟁 위기감을 더 고조시키고 있다. 서훈 국가정보원장은 4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북한이 정권 수립일인 9월9일을 전후해 ICBM을 추가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했다고 여야 의원들이 전했다. 국정원은 “언제든지 추가 핵실험도 가능하다”고 예상했다.

북한은 6차 핵실험으로 이미 한·미 양국이 설정한 ‘레드라인(금지선)’을 밟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정은 정권이 핵탄두를 장착한 ICBM을 시험 발사하거나 추가 핵실험을 감행할 경우 ‘예측 불허’인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선택을 할지도 알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북한의 핵실험 당일 두 차례 전화를 했다. 미·일의 신속한 공조에 비춰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 통화가 늦어지자 ‘코리아 패싱’ 우려가 나왔다. 한·미 정상은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한 지 34시간 뒤인 4일 밤 10시45분부터 40분간 전화통화를 하고 북핵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뒤늦은 정상외교를 놓고 ‘대화’를 통한 북핵 해결을 강조하는 문 대통령, ‘압박’을 중시하는 트럼프 대통령 간 견해차 탓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은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논의” 발언을 떠올리면 한·미 동맹에 균열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문 대통령은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과도 연쇄 통화를 하고 역대 최고 수준의 대북제재 방안을 깊이 있게 논의했다.

이런 와중에 우리 정치권은 분열되고 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대북 특사 파견과 대화를 제안해 야당의 집중적인 비판을 받았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국회의 북한 핵실험 규탄 결의안 채택에 불참했다. 김장겸 MBC 사장의 체포영장 발부 등에 반발해 국회 일정을 보이콧하고 장외 투쟁에 나섰다.

김정은 정권은 핵폭주를 멈추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북한을 핵동결 테이블로 이끌어내기 위해 최강의 압박을 지속할 수도, 아니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도 있다. 군사적 대응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미국이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우리로서는 감내하기 힘든 상황이 올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정치 지도자들은 뭉쳐야 하고 국민들도 흩어지지 않아야 한다.

장진모 정치부장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