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언론 "중국이 선봉에 설 필요 없다"

입력 2017-09-04 19:30
북한 김정은 '핵폭주'

"원유 공급 중단 등 조치 땐 북한·중국 간 전면대립 가능성"
G7, 강화된 대북 제재 촉구


[ 베이징=강동균 기자 ] 중국 주요 언론은 북한의 6차 핵실험 강행을 비난하면서도 원유 공급 중단 등 강력한 대북제재 조치엔 반대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는 4일 사설을 통해 “중국의 동북지역이 방사능 피해를 보지 않는 한 북한 문제에 선봉으로 나설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중국이 북한에 원유 공급 중단 등 제재를 하면 북핵 문제가 북·중 대립으로 전이될 수 있다며 그런 위험을 떠안아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환구시보는 “북한의 최근 핵실험과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 시험은 북한에 당근과 채찍이 모두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북한이 어떤 외부 압력에도 굴복하지 않고 있어 북한 문제는 거의 풀 수 없는 매듭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은 이런 복잡한 정세에서 고도로 냉정함을 유지해야 하고 중국에 이익이 되는 관점에서 직면할 리스크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며 “동북지역 안전에 가장 우위를 두고 각 채널을 통해 북한에 핵실험으로 이 지역을 오염시켜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전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환구시보는 “중국이 북한에 대한 전면 수출 금지 등 극단적인 조치에 쉽게 동의하면 안 된다”며 “북한에 원유 공급을 완전히 중단하고 북·중 국경을 폐쇄한다고 해도 북한의 핵미사일 활동을 억제할 수 있을지 명확하지 않은 만큼 오히려 북·중 간 전면적인 대립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환구시보는 이 사설을 홈페이지에 게재한 뒤 몇 시간 만에 내렸다.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사설에서 중국의 동북지역이 핵으로 오염되는 상황이 중국의 ‘레드라인(금지선)’이라고 밝혔다. 이 신문은 “중국의 전략적 안보와 환경 안전이 핵심”이라며 “북한이 이 선을 넘는다면 북한과 중국의 관계는 망가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도 원유 공급 중단이나 북한과의 국경 폐쇄 등 강력한 제재에는 반대했다.

한편 주요 7개국(G7) 정상들은 이날 공동성명을 통해 “표현 가능한 가장 강력한 용어로 북한의 새로운 핵실험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책임을 다할 것과 강화된 제재 조치를 포함한 새롭고 효과적인 결의안 채택에 나설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