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누적되는 면세점 업계
"5년간 4조에 달하는 임차료 대폭 낮춰달라"
신라·신세계도 인하 요구…줄줄이 철수하나
공항공사 "계약에 없는 임대료 삭감 없다"
[ 안재광 기자 ]
국내 1위 면세점 롯데가 인천공항에서 철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적자가 커져 영업을 계속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인천국제공항공사 측에 “임차료를 대폭 낮춰주지 않으면 철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신라·신세계 등 다른 대기업 면세점도 임차료 인하를 요구하고 있어 인천공항에서 면세점들이 줄줄이 이탈할 가능성도 예상된다.
◆공항 면세점서 2000억원 적자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4일 “인천국제공항공사 측에 정상적인 영업이 가능한 수준에서 임대료 재협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사업을 계속하기 어렵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또 “면세점 주력 고객인 중국인 관광객(유커)이 급감했기 때문에 기존에 내기로 했던 임차료 지급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롯데면세점은 2015년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권을 확보했다. 당시 롯데는 임차료로 5년간 4조1400억원을 써냈다. 첫해(2015년 9월~2016년 8월) 5060억원을 시작으로 해가 갈수록 임차료가 오르는 구조다. 3년차인 올해 9월부터 내년 8월까지는 7740억원, 4~5년차에는 1조1000억원이 넘는다.
2015년은 면세점 사업부가 속한 호텔롯데의 상장을 검토했던 때다. 당시 롯데가 공격적으로 면세점 사업 확장에 나섰던 것으로 업계에서는 해석하고 있다. 또한 2015년은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급증하던 시기다. 롯데는 유커가 증가하면 이 임차료를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현실은 롯데 계획과 달랐다. 작년 인천공항에서 1조1455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임차료로만 4518억원을 지급했다. 임차료가 매출의 40%에 달했다. 롯데를 비롯해 신라·신세계·SM 등 인천공항 면세점 적자는 지난 2년간 2000억원을 넘은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도 롯데가 면세점 사업을 계속할 수 있던 것은 시내면세점 덕분이었다. 서울 소공동 본점 등 시내면세점이 연간 수천억원의 이익을 냈다. 공항 면세점에서 적자를 내도 메울 수준이 됐다.
하지만 올 3월 이후부터는 이마저도 힘들어졌다. 중국의 사드 보복이 결정적이었다. 유커 발길이 뚝 끊기자 수익성이 급격히 떨어졌다. 중국인 보따리상(따이궁)에게 매출의 10% 이상을 수수료로 줘가며 매출을 유지했지만 이익을 내진 못했다. 결국 롯데면세점은 지난 2분기 약 30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면세점들 “공사 이익률 60%”
업계에선 롯데가 요구하는 임차료 대폭 인하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인천공항공사가 이미 “계약에 없는 임대료 삭감은 없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제시한 임대료인데, 이제 와서 낮출 수는 없다”고 공사 측은 주장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말 내놓은 공항면세점 지원방안에서도 인천공항은 빠졌다. 제주·청주·무안·양양 등 4개 공항 면세점만 임대료의 30%를 낮춰줬다.
이에 대해 롯데 관계자는 “대규모 적자를 내면서까지 인천공항에서 영업하기는 힘들다”며 “임대료 협상에 진전이 없으면 위약금을 내고 점포를 빼는 방안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계약기간의 절반인 내년 2월 이후 롯데가 사업을 접는다면 약 3000억원을 위약금으로 인천국제공항공사에 지급해야 한다. 계약서에 따라 최종 사업연도 임대료(1조1840억원)의 3개월분을 위약금으로 물어내야 해서다.
인천공항 임차료 인하를 주장하는 곳은 롯데만이 아니다. 신라와 신세계도 임차료 인하를 주장하고 있다. 이들이 공동 대응에 나서 공사 측을 압박하고 있다. “영업이익률이 지난해 약 60%에 달할 정도로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비정상적 수익을 거두고 있다”며 “고통을 함께 분담하자”는 얘기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해 매출 2조1860억원, 영업이익 1조3013억원의 실적을 거뒀다. 다만 다른 면세점들은 “철수까지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연말 인천공항 2터미널이 문을 열면 면세점 임대료 조정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인천공항과 면세점들은 2015년 계약 때 ‘여객 이용객 수가 감소할 경우 임대료를 조정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을 달았다. 2터미널로 이용객이 분산되면 이를 명분으로 공사가 임대료 조정에 나설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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