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혜정/민지혜/전예진 기자 ]
일회용 생리대의 유해성 논란이 시장점유율 1위 업체인 유한킴벌리로 옮겨 가면서 소비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일부 매체가 논란의 시발점이 된 김만구 강원대 환경융합학부 교수의 생리대 유해성 조사에서 발암물질이 가장 많이 검출된 업체는 유한킴벌리라고 보도했다. 생리대 업체들 간에 “다른 업체에서 더 많은 유해물질이 검출됐다”는 ‘이전투구(泥田鬪狗)’식 폭로도 나왔다. 당초 “김 교수의 조사 결과를 신뢰하기 힘들다”고 했던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말을 바꿔 김 교수의 조사 내용을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소비자들은 “도대체 일회용 생리대를 쓰란 말인지, 쓰지 말라는 말인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생리대 파동 , 업계 전반으로 확산
4일 한 매체는 여성환경연대가 김 교수에게 의뢰한 생리대 유해물질 조사에서 “1, 2군 발암물질이 가장 많이 검출된 중형 생리대는 유한킴벌리 제품”이라고 보도해 논란에 또다시 불을 지폈다. 유한킴벌리는 “‘유한킴벌리 생리대에서 발암물질 최다 검출’이라는 주장은 왜곡된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이 회사는 “이미 지난달 30일 식약처가 여성환경연대와 강원대 연구팀의 시험 결과를 과학적으로 신뢰하기 어렵다고 발표했다”며 “해당 시험 결과를 인용한다 하더라도 1, 2군 발암물질은 천 생리대에서 가장 많이 검출됐고 일회용 생리대 10개 품목 중에서도 다른 회사(깨끗한나라)의 팬티라이너 제품에서 가장 많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인체 발암물질로 분류하지 않은 3군까지 포함한 8종 성분 검출치에선 또 다른 L사 제품이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는 얘기도 돌고 있다. 검출 물질별로 혹은 총합계에서 어느 회사가 가장 유해하다는 식이어서 소비자들의 불안은 더 커지고 있다.
지난 3월 김 교수팀은 시중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5개 업체의 일회용 생리대 10개 제품과 면 생리대 1종을 조사한 결과, 깨끗한나라의 ‘릴리안’ 팬티라이너에서 총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이 가장 많이 나왔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중순 이런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일회용 생리대 안전성 논란은 급속히 퍼져나갔다. 생리대 업계와 소비자들 사이에선 “유해물질이 가장 많이 나온 업체는 따로 있는데 ‘릴리안’만 브랜드명이 공개됐다” “유한킴벌리 임원이 여성환경연대 운영위원이고 이 업체가 강원대 조사를 후원했다” 등의 얘기가 퍼졌다. 식약처는 “김 교수팀의 시험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그러나 여성환경연대와 김 교수는 5일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식약처의 입장 발표를 규탄하고 VOCs 외 생리대의 유해화학물질 전 성분 조사와 역학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어서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입장 바꾸는 식약처…소비자 혼란 가중
주무부처인 식약처는 소비자 불안을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신뢰할 수 없다”는 김 교수팀의 조사 결과를 발표해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식약처는 당초 “여성환경연대의 조사 결과를 식약처가 대리로 발표하는 건 적당하지 않다”고 했다가 이를 번복했다. 릴리안 외 타사 제품까지 조사할 계획이 없다고 했다가 5개 주요 생리대 제조사에 대한 현장조사에 들어갔고, 시중에 나온 56개사 896개 품목을 모두 조사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식약처는 이날 여성환경연대와 김 교수가 벌인 생리대 안전성 시험의 대상이 된 제품명과 제조사를 모두 공개했다. 공개된 시험 결과를 보면 VOCs 는 중형생리대 중 트리플라이프의 그나랜시크릿 면 생리대가 가장 많았고 팬티라이너 중엔 릴리안 베이비파우더향 슈퍼롱에서 많이 검출됐다.
이날 명단이 공개된 제품은 깨끗한나라의 릴리안 순수한면 울트라 슈퍼가드 중형, 릴리안 팬티라이너 베이비파우더향, 릴리안 팬티라이너 로즈향 등 3종과 유한킴벌리의 좋은느낌 울트라 중형 날개형, 좋은느낌 팬티라이너 좋은순면, 화이트 애니데이 팬티라이너 로즈마리향, 화이트 애니데이 일반팬티라이너 등 4종이다. 또 LG유니참의 바디피트 울트라 슬림 날개형 중형과 쏘피 귀애랑 등 2종, P&G의 위스퍼 보송보송 케어 울트라 중형 1종이 포함됐다. 여성환경연대는 이들 제품 모두에서 VOCs가 검출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연구자 간 상호 객관적인 검증 과정을 거치지 않는 등 시험의 한계가 있지만 해당 제조업체의 동의를 얻어 제품명을 공개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VOCs가 검출됐다는 것만으로는 인체 유해성 여부를 판단할 수 없으므로 소비자가 지나치게 우려하기보다는 식약처의 위해성평가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식약처의 위해성평가 결과가 나오더라도 VOCs의 허용 기준치나 인체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입증된 자료가 없어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기 어려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식약처가 정확한 원인과 사용하지 말아야 할 생리용품을 지목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덕희 경북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생리대에 있는 일부 합성화학물질이 환경호르몬으로 작용해 여성호르몬의 균형을 깨뜨릴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이 같은 환경호르몬 노출로 인체가 받는 영향을 정확하게 밝히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문혜정/민지혜/전예진 기자 selenm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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