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오염국' 된 한국…외국인 노동자 유통조직도 활개

입력 2017-09-04 18:41
수정 2017-09-05 07:21
작년 마약사범 1만4천명 최다…인터넷·SNS가 주거래 통로
압수된 마약도 40%나 늘어…확인 힘든 '딥웹' 거래 속수무책

'솜방망이' 처벌도 증가 한몫
마약사범 3명중 1명 집행유예…징역형도 대부분 3년 미만


[ 고윤상 기자 ] 한국 내 마약 범죄가 위험 궤도에 올라섰다. 마약류 사범과 더불어 유통량도 급증하고 있다. 숨겨진 인터넷 ‘딥웹’ 등 음지 거래가 많아지면서 마약류 사범을 잡는 수사기관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그럼에도 마약류 범죄에 대한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이라 제대로 된 예방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터넷·외국인 마약 범죄 ‘수직상승’

2016년 마약류 사범은 역대 최다인 1만4214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1만1916명)대비 19.3% 늘었다. 이는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마약청정국(10만 명당 마약류 사범 20명 미만, 한국에선 1만2000명)’ 기준을 넘어선 수치다. 한국도 일상 곳곳에 마약의 유혹이 뻗치고 있는 ‘마약 오염국’이 됐다는 얘기다.

주요 마약류 압수량도 117㎏으로 지난해(82.5㎏)에 비해 41.8% 급증했다. 390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한국의 ‘마약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마약류 사범이 급증한 배경에는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한 거래가 있다는 게 검찰 설명이다. 해외에서 만든 익명 계정 등을 이용해 마약을 주문받고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로 결제하는 방식이다. 우편물을 통해 보내면 편의점이나 별도 안전한 장소에서 수령한다. 인터넷을 통해서는 야바, 대마, MDMA(일명 엑스터시) 등의 마약류가 주로 거래된다. 최근에는 필로폰에 카페인, 코데인 등이 혼합된 야바가 주거래 품목이라고 대검 관계자는 설명했다. 주요 유입처는 태국이다.

외국인 노동자 증가에 따른 마약 범죄도 위험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2012년 359명이던 외국인 마약류 사범은 지난해 957명으로 세 배 가까이 급증했다. 국내 외국인 노동자를 유통망으로 삼는 해외 조직이 있을 정도다. 지난해 전국 18개 지검 중 수원지검이 2166명으로 가장 많은 마약류 사범을 잡아들인 것도 이와 연관됐다. 경기 안양 등 외국인 집단 거주 지역이 관할 내에 있어서다. 이승호 대검찰청 마약과장은 “주로 해외에서 밀수하다 보니 외국인이 공범일 때가 많다”며 “국제 공조 수사의 중요성이 계속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숨은 인터넷’ 딥웹 거래는 속수무책

한국에 몰아치는 마약 거래 패러다임의 세계적 변화는 더욱 골칫거리다. 네이버나 구글처럼 일반적인 포털사이트에서 검색되지 않는 인터넷 공간을 말하는 딥웹(deep web)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 통계에 따르면 딥웹을 통한 전 세계 마약류 구입 비율은 2014년 4.7%에서 2017년 7.9%로 증가했다. 영국에서는 마약 거래 네 건 중 한 건이 딥웹에서 이뤄진다.

한국도 딥웹을 통한 마약 거래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검찰은 설명했다. 하지만 뾰족한 대응책이 없다. 딥웹을 사용할 때 컴퓨터 주소인 IP는 여러 차례 우회하며 흔적을 거의 남기지 않는다. 가상화폐인 비트코인까지 사용하면 수사는 첩첩산중이다. 대검은 인터넷·SNS 등을 통해 운영 중인 ‘인터넷 마약류 범죄 모니터링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해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 하지만 투입 자원 대비 효율이 떨어진다는 과제가 남아 있다.

◆마약범 3명 중 1명은 ‘집행유예’

마약류 거래를 줄이기 위해선 강력한 단속과 중독자 치료 지원이라는 두 축이 동시에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 조언이다. 하지만 한국 법원은 마약 범죄에 관대해 범죄 예방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마약류 사범으로 1심 재판을 받은 사람 4609명 중 35.5%(1639명)는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징역형을 받더라도 대부분 3년 미만에 그쳤다. 현행법상 마약 사용자는 징역 1년 이상, 제조·판매자는 무기 또는 징역 5년 이상에 처해진다. 검찰 관계자는 “초범이거나 단순 투약자는 대부분 집행유예로 풀려난다”며 “심각성을 고려해 강한 처벌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처벌이 약하다 보니 ‘바지사장’을 앞세운 거래도 횡행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단속에 걸리는 사례는 극히 일부”라며 “마약을 찾는 사람이 많아 돈이 되다 보니 처벌에 대한 두려움은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고 전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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