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KBS, 동시 총파업…방송가 회오리 속으로

입력 2017-09-03 17:38
5년 만에…4일부터 순차파업

노조 "사장 퇴진" 요구에 사측 "불법 파업" 주장 맞서
김장겸 사장, 체포영장에 잠적
프로그램 제작·방영 파행 불가피


[ 김희경 기자 ]
양대 공영방송 MBC와 KBS가 4일 총파업에 돌입한다. 두 방송사의 노동조합이 동시에 총파업하는 것은 2012년 이후 5년 만이다. 이들은 ‘언론적폐 청산’을 외치며 김장겸 MBC 사장, 고대영 KBS 사장이 사퇴할 때까지 파업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각사 사측은 ‘정권의 방송 장악 시도’라며 맞서고 있어 프로그램 제작과 방영이 파행을 겪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노사 대립 장기화 조짐

전국언론노조 MBC 본부는 이날 0시부터 총파업을 시작한다. KBS의 2개 노조인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 노조)와 KBS노동조합도 각각 4일과 7일 총파업에 들어간다. 양사 노조는 2012년 친정부 인사로 분류되던 김재철 MBC 사장, 김인규 KBS 사장의 편파 방송을 이유로 동시 총파업을 벌였다. 당시 MBC는 170일, KBS는 94일간 파업을 계속했다.

이들 회사 노사 대립이 격화돼 이번 파업도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MBC 노조는 김장겸 사장과 경영진이 제작 자율성을 침해했으며 부당노동행위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2012년 파업 참가자 중 해고자 10명을 포함해 100여 명이 중징계를 받았으며, 이 자리는 일부 경력 기자로 채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이유로 기자와 프로듀서 등 전체 조합원 1758명 중 1568명(93.2%)이 파업에 찬성했다.


김 사장은 고용노동청 출두 요구에 불응해 지난 1일 체포 영장이 발부됐으나 아직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MBC 사측은 “취임한 지 6개월밖에 되지 않은 사장이 노사관계 일을 했다면 얼마나 했다고 부당노동행위 명목을 뒤집어씌우냐”며 “방송 장악을 위해 김 사장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하는 정권의 만행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김 사장은 5년 전 정치부장에서 시작해 승승장구하며 수년간 자행된 부당노동행위를 실무에서 총괄 지휘했다”며 “당국은 범죄 혐의를 철저히 조사해 반드시 법정에 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KBS의 전국 기자와 프로듀서 등 1100여 명도 총파업에 앞서 제작 거부에 들어갔다. 총파업엔 이보다 더 많은 1300~1400여 명이 동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고 사장이 무리한 조직 개편을 단행하고 정실 인사를 했다고 주장한다. KBS 사측은 “파업 목적이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사항이 아니다”며 “법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한 명백한 불법파업”이라고 반박했다.

◆정권 교체 때마다 반복

공영방송의 ‘사장 교체-파업’ 갈등이 5년 주기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일어나는 것은 이사회 구성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은 여당 추천 6명, 야당 추천 3명으로 구성된다. KBS 이사회도 여당이 7명, 야당이 4명을 추천한다. 정권을 새로 잡은 여당이 사장 교체 등에 영향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 KBS 이사회와 방문진 이사회는 모두 박근혜 정부에서 구성됐으며 임기는 내년 8월까지다. 이 때문에 방송통신위원회가 직접 나서 양사 사장이나 이사진에 대한 해임권을 행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양대 공영방송의 총파업으로 방송 차질도 불가피하다. MBC에선 ‘무한도전’ ‘나 혼자 산다’ 등 간판 예능프로그램이 1주일 정도의 시차를 두고 결방된다. ‘KBS뉴스9’ 방송 시간은 1시간에서 40분으로 20분 축소되고, 9일부터는 주말 ‘KBS뉴스9’ 방송 시간도 40분에서 20분으로 줄어들 예정이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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