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은 놀이공원 같은 곳…종일 걸어도 지루할 틈 없죠"
[ 김인희 기자 ]
이희준 씨(30·사진)는 ‘전통시장 도슨트(안내인·해설사)’다. 그가 직접 만든 직업이다. 전통시장의 역사, 상인들의 철학과 삶, 시장 상품 등을 안내하는 일이다.
이 일을 하려면 전통시장의 매력에 푹 빠져야 한다. 이씨가 그랬다. 그에게 전통시장은 놀이공원 같은 곳이다. 가기만 하면 그저 즐겁다. 하루종일 걸어도 지루하지 않다. 이씨는 2013년부터 전통시장 1400여 곳 중 834곳을 방문했다. 한 시장에 최소 열 번 이상 방문해 상인들을 만났다.
이씨가 전통시장 상인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상인이 아니면 전통시장을 제대로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전통시장을 깊이 이해하고, 시장이 침체된 근본적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 직접 상인이 되기로 했다. 그의 사업 아이템은 ‘참기름 방앗간’. 전통시장 활성화 방안이 2차 가공품을 만드는 방앗간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작년 4월 서울 구로시장에 참기름 방앗간 ‘청춘주유소’를 오픈하기 전 2년간 ‘참기름 소믈리에’라 불릴 정도로 참기름 연구에 매진했다. 그 결과 그만의 참기름을 만들어냈다. “기존 참기름은 참깨 30㎏을 착유하면 45병 정도 나오는데, 새 기술로 33병을 생산해 퀄리티를 높였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벤조피렌 등 발암물질이 없다. 참깨의 영양 성분도 파괴되지 않는다.
그는 직접 연구한 참기름 착유 기술과 판매 방법을 상인들에게 전파했고, 매달 10명의 전통시장 장인을 선정했다. 선정된 장인들의 참기름은 ‘호시유’라는 브랜드로 청춘주유소에서 되팔았다. 그렇게 판매한 참기름이 지난 1년간 5000병이 넘는다. 슬럼화하는 전통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은 이씨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제가 꿈꾸는 목표는 마켓사업입니다. 각 시장의 특산품을 다루는 대표 장인 50명을 한곳에 모아 질 좋은 제품을 소비자에게 선보이게 하는 것이죠.”
김인희 한경매거진 기자 kih08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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