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근당이 개발하고 있는 고지혈증 신약 'CKD-519'의 기대감이 우려로 바뀌고 있다. CKD-519의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다국적 제약사 머크의 대규모 임상 3상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탓이다.
머크는 지난 29일(현지시간) 스페인에서 열린 유럽심장학회에서 고지혈증 신약 '아나세트라핍'의 3상 결과를 내놨다. 죽상경화성 심혈관계 환자 3만449명에 1세대 고지혈증 치료제 스타틴과 아나세트라핍을 같이 투여하고 4년에 걸쳐 효과를 추적 관찰했다.
콜레스테롤 에스테르 전달 단백질(CETP)을 억제하는 기전의 아나세트라핍은 좋은 콜레스테롤(HDL) 수치는 높이고, 나쁜 콜레스테롤(LDL) 수치는 낮추는 3세대 고지혈증 치료제로 평가된다.
죽상경화증이란 고지혈증으로 인해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는 것을 말한다. 심한 경우 심장마비나 뇌졸중, 사망 등을 일으킨다.
머크의 이번 3상은 아나세트라핍을 같이 투여한 환자에서 심혈관계 사건 발생률을 얼마나 줄이는지를 보기 위한 것이었다. 그 결과 아나세트라핍을 같이 투여한 환자군에서 심혈관계 사건 발생률이 대조군에 비해 9% 줄었다. 그러나 죽상경화증 발생을 낮추는 데는 효과가 없었고, 약물이 지방에 축적되는 부작용도 확인됐다.
서근희 KB증권 연구원은 "아나세트라핍은 임상 3상에서 CETP 저해제 중 유일하게 심혈관 위험 발생을 낮추는 효과를 입증했지만, 9% 감소는 신약으로써 큰 혜택이 아니다"며 "약물이 축적되는 부작용도 문제가 될 것으로 예상돼 머크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판매허가를 신청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고 평가했다.
종근당도 아나세트라핍과 같은 CETP 억제제 계열의 고지혈증 신약 CKD-519를 개발하고 있다. 현재 호주에서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아나세트라핍의 3상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오면 종근당 CKD-519의 가치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해왔다.
종근당 관계자는 "CKD-519와 아나세트라핍이 같은 기전이고 성질이 매우 유사하기는 하나 다른 물질"이라며 "이번 결과로 임상 2상을 중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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