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통업계 대모' 빌드어베어워크숍 창업자 맥신 클라크
[ 박상익 기자 ]
곰인형은 유아부터 성인까지 넓은 연령대에서 사랑받는 장난감이다. 곰인형의 대명사인 테디베어는 1902년 시어도어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이 사냥감으로 잡혀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한 새끼곰을 살려줬다는 일화에서 시작됐다. 테디베어는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며 전 세계 어린이의 친구로 자리 잡았다.
1997년 미국 세인트루이스에서 독특한 콘셉트를 가진 곰인형 매장이 문을 열었다. 이미 공장에서 만들어진 것을 사는 게 아니라 매장에서 직접 나만의 곰인형을 만들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자 소비자들이 몰렸다. 매장 이름도 직접 곰을 만든다는 뜻의 ‘빌드어베어워크숍(Build-A-Bear Workshop)’이다.
사업 초기 매장 한 곳도 열기 힘들었던 이 회사는 지금 미국 전역을 비롯해 영국, 캐나다, 독일, 싱가포르 등 세계 400여 개 매장을 운영하는 대형 완구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회사의 성장에는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를 역임한 ‘미국 유통업계의 대모’ 맥신 클라크(68)가 있다.
유통업계 대모, 곰인형을 만들다
맥신 클라크는 미국 유통업계에서 30년 동안 일하면서 소비자의 욕구를 파악하는 통찰력이 누구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마케팅, 상품개발, 매장 운영, 엔터테인먼트 기법, 부동산 분야까지 경험한 분야도 다양하다.
클라크는 인형 회사를 만들기 전 19년 동안 미국 대형 백화점 체인인 메이백화점의 상품개발부 매니저로 일했다. 1992년부터 1996년까지 신발 판매 프랜차이즈인 페이리스 슈소스에서 사장 겸 최고상품책임자(CMO)로 일했다.
안정된 삶을 살고 있었던 클라크는 우연히 변화의 기회를 포착했다. 친구의 10살짜리 딸 케이티에게 봉제인형을 선물하려던 클라크는 마음에 드는 것을 찾지 못했다. 케이티가 집에서 인형을 만드는 것이 좋겠다는 뜻으로 “차라리 만드는 것이 더 낫겠어요”라고 말했을 때 클라크는 거기서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발견했다. 바로 나만의 인형을 매장에서 만들어 팔겠다는 것이었다. 어른들은 직접 만드는 봉제인형에 별 관심이 없었지만 그의 생각을 들은 아이들은 “그건 어디서 살 수 있는데요? 어떻게 만드는데요?”라며 관심을 보였다.
나만의 곰인형으로 전 세계서 인기
빌드어베어워크숍과 다른 봉제인형의 가장 큰 차이는 소비자 경험이다. 아무리 다양한 디자인을 가진 곰인형이 있어도 소비자 개개인의 욕구를 100% 충족하기 어렵다. 빌드어베어워크숍 매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나갈 때까지 곰인형의 탄생을 함께한다는 경험을 아이들에게 선물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먼저 각각 소리가 다른 곰인형 심장과 겉모습을 선택한다. 속에 솜을 가득 채운 뒤 목욕을 시킨다. 곰인형의 모양이 갖춰지면 준비된 수백 가지 옷과 액세서리를 골라 치장한다. 곰인형이 만들어지면 컴퓨터로 출생신고를 하는 게 가장 재미있는 경험이다. 매장에서 태어난 곰인형이 어린이의 집으로 입양돼 함께 산다는 콘셉트는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어른이든 어린이든 기성품보다 맞춤 상품을 더 좋아한다는 점을 정확히 짚은 것이다.
기술 발전에도 아날로그 감성 고수
빌드어베어워크숍 매장에서는 곰인형뿐 아니라 각종 동물 인형을 판매하고 있다. 여기에 자신이 입양한 곰인형을 꾸미기 위해 매장 재방문율도 높다. 기본적인 곰인형부터 시작해 헬로키티, 디즈니, 각종 영화 캐릭터와 협업해 판매 영역을 넓혔다.
클라크는 CNBC방송 인터뷰에서 “이것이 단순한 봉제인형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매장에 가면 생일을 맞아 할머니와 함께 들어오는 아이의 미소를 볼 수 있다”며 현장에서의 소비자 경험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여자친구에게 프러포즈하는 목소리를 곰인형 안에 담아 찾아오는 젊은이까지 포함해 인생의 즐거운 경험을 추억하려는 행위야말로 긍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선순환 구조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아무리 기술 발전이 이뤄져도 곰인형은 곰인형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첨단 기술을 덧붙이면 더 많은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여전히 곰인형의 부드러움과 온기를 찾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1900년대 초반의 테디베어에 비해 녹음 재생 장치가 들어가긴 했지만 곰인형의 첨단은 딱 거기까지여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뉴욕증시에 상장된 빌드어베어워크숍은 비즈니스위크 선정 ‘2006년 미국 100대 성장기업’ 40위에 선정됐으며 지난해 3억6420만달러 매출을 올렸다. 1997년 회사를 창업한 클라크는 2013년까지 CEO이자 ‘최고경영곰(Chief Executive Bear)’이라는 이름으로 회사를 이끌었다.
사회에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해 혁신한다
봉제인형에 새로운 개념을 도입해 혁신을 이뤄낸 클라크는 현재 다양한 기업, 기관 이사회에 참여하면서 지역사회 개발과 교육 문제에 힘을 쏟고 있다. 미국 세인트루이스의 옛 병원을 사회적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공간으로 바꾸는 ‘델마 디바인’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그는 “여성과 소수민족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공교육 시스템 개선을 위해 지역사회에서 일하는 것에 신경을 쓰게 됐다”며 “빌드어베어워크숍에서 했던 것처럼 최고의 교사들이 교육에 엔터테인먼트의 가치를 더하는 작업을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이 유통업계 대모가 지역사회와 교육을 어떻게 바꿀지 주목하고 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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