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떼일까 밤잠 설친 대우조선·삼성중공업 '휴~'

입력 2017-08-30 19:28
글로벌 해양시추업체 시드릴 파산 면하자
2조원 잔금 회수 가능해져

"가격 깎아달라" 대비해 시드릴 지분 요구 등 준비


[ 안대규 기자 ] 글로벌 해양시추업체 시드릴이 기업회생절차(챕터 11)에 들어가기로 결정하면서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 두 회사는 시드릴이 발주한 4척의 드릴십(심해 원유시추선) 인도를 앞두고 있다. 재무구조 악화로 시드릴이 자칫 파산을 신청하면 2조원에 달하는 잔금을 떼일 수 있어 그동안 맘을 졸여왔다.

노르웨이 선박왕 존 프레드릭센이 이끄는 시드릴은 다음달 12일까지 미국 법원에 챕터11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지난 24일 발표했다. 시드릴은 100억달러에 달하는 여신 만기를 연장하고 대규모 출자전환을 통해 10억달러의 자본을 확충하는 채무조정안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은 시드릴이 파산할 것이라는 일부 관측과 달리 채무재조정을 통한 정상화로 가닥을 잡으면서 기존 수주 물량을 정상적으로 인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2013년 시드릴로부터 드릴십 2척을 수주한 삼성중공업은 계약금 1조1700억원 중 30%를 선수금으로 받아 앞으로 8200억원을 받으면 된다. 시드릴이 인도를 포기하더라도 드릴십을 제3자에 매각하면 큰 손실은 아니라는 게 삼성 측 판단이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3월 말 드릴십 2척을 넘겨줄 예정이었으나 시드릴의 요청으로 인도 연기 협상을 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시드릴이 채무재조정을 마치면 더 우량한 회사가 되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인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3년 시드릴로부터 드릴십 2척을 수주한 대우조선은 계약금 1조2500억원 가운데 20%를 선수금으로 받아 1조원이 남은 상태다. 대우조선은 내년 4월과 2019년 1월에 1척씩 인도할 예정이다. 회사 측은 충당금을 쌓아놨기 때문에 추가 손실은 없다고 설명했다.

두 회사는 잔금을 못 받게 될 위험은 없지만 당초 예상보다 액수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어 자금 회수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시드릴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가격인하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을 낮추는 대가로 시드릴 지분을 요구하거나 존 프레드릭센 소유의 다른 회사가 인도하는 식으로 돌파구를 마련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2015년 현대삼호중공업이 건조한 반잠수식 시추선은 시드릴의 계약 취소로 헐값에 매각될 위기에 처했으나 지난 3월 시드릴 계열사인 시탱커에 매각되면서 손실을 줄였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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