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안 내리면 보증 안해"
공급 앞둔 '신반포 센트럴자이', 3.3㎡당 4250만원으로 내려
'래미안 강남'도 하향 조정 논의
웃돈 기대에 청약경쟁 과열될 듯
[ 설지연 기자 ] 분양보증 권한을 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압박에 입주자 모집공고를 앞둔 서울 강남 재건축단지들이 일제히 분양가를 낮추고 있다. HUG가 인근 분양단지 수준으로 분양가를 책정하라며 가격 통제에 나섰기 때문이다.
지난해 개포동 ‘디에이치 아너힐즈’(개포주공 3단지)의 ‘청약 로또’ 사태가 재연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당시 HUG가 고분양가를 이유로 분양보증을 거부하자 분양가를 대폭 낮춰 공급한 이 단지는 ‘당첨되면 수억원은 번다’는 인식이 퍼지며 평균 청약경쟁률이 100 대 1을 넘었다.
◆신반포 6차 3.3㎡당 4250만원
신반포 6차 재건축조합은 최근 이사회를 열어 잠원동 ‘신반포 센트럴자이’의 3.3㎡당 평균 분양가를 4250만원 선으로 책정했다. 일부 조합원이 반발해 분양가격 등을 담은 분양보증 신청서는 아직 HUG에 제출하지 못했다. 이 단지는 ‘8·2 부동산대책’ 발표 이전 3.3㎡당 분양가가 4700만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됐다. 인근 ‘신반포자이’ 시세가 3.3㎡당 5100만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HUG는 분양보증의 조건으로 이 아파트 3.3㎡당 평균 분양가를 지난해 12월 인근에서 분양한 ‘래미안 신반포 리오센트’(3.3㎡당 4250만원)를 기준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HUG는 강남·서초 등 고분양가 관리지역 사업장의 분양가를 산정할 때 1년 이내에 인근에서 분양한 단지의 평균 분양가를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만약 1년 이내 인근에서 분양한 사업장이 없으면 분양한 지 1년이 넘은 단지 평균 분양가의 110%를 초과하지 않는 수준으로 책정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시공사인 GS건설은 이번주 열 예정이던 모델하우스 개장을 연기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GS건설 관계자는 “분양가 등 미비 자료만 제출하면 보증서 발급은 하루 만에도 받을 수 있지만 조합과 협의할 문제가 남아 청약 일정이 조정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다음달 8일 분양 예정인 개포동 ‘래미안 강남 포레스트’(개포시영)도 조합이 분양가를 3.3㎡당 4200만~4300만원대로 낮추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업계에선 3.3㎡당 4500만~4600만원으로 책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 단지도 지난해 8월 인근에서 분양한 ‘디에이치 아너힐즈’의 분양가인 3.3㎡당 평균 4137만원과 비슷하거나 약간 높은 선에서 책정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상한제 도입 예고에 계산 분주
정부는 민간택지에도 분양가상한제를 더 쉽게 적용할 수 있도록 다음달 주택법 시행령을 개정할 계획이다.
현재 기준은 △3개월간 주택가격 상승률이 10% 이상 △3개월간 주택 거래량이 전년 대비 세 배 이상 △직전 3개월 연속 평균 청약 경쟁률이 20 대 1 이상으로 정하고 있지만, 이 요건을 적용해 분양가상한제 대상에 포함된 곳은 지금까지 없었다.
강남지역 재건축조합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오는 11월 공급 예정인 일원동 ‘개포 디에이치자이’(개포 8단지 공무원아파트)의 분양가상한제 적용 여부가 관심이다. 내년 나오는 반포동 ‘삼호가든맨션 3차’, 청담동 ‘청담삼익’ 등은 분양가상한제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청담삼익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3.3㎡당 분양가격을 5000만원 이상으로 서울에서 최고가로 책정해 조합원 수익을 늘리고 단지 위상을 높일 계획이지만 일단 정부 정책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사들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업계에선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면 강남권 재건축단지 분양가격이 현재 시세의 85% 선으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면 토지비, 기본건축비, 가산건축비 등으로 원가를 매기고 적정 이윤을 얹어 분양가를 산정한다”며 “이렇게 추산했을 때 시세보다 지나치게 낮게 나오면 원하는 만큼 더 받기 위해 어떻게 가산항목 등을 조정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분양가상한제는 주택을 처음 분양받은 사람에게 인위적인 이윤을 만들어주는 정책”이라며 “분양가가 시장가치보다 낮기 때문에 분양받는 순간 시세차익이 발생하고 신규 주택 청약은 ‘로또’가 되는 상황이 재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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