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강 대사 모두 비외교관
주미 대사로 내정된 조윤제, 문 대통령 싱크탱크 '국민성장' 이끌어
주중·주일 대사도 문 대통령 측근 기용
주러시아 대사엔 우윤근 유력
청와대 "대통령 국정철학 공유 중요"
전형적 '코드인사' 비판 거셀 듯
조윤제 "한·미동맹 더 굳건히 유지"
[ 손성태/김채연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30일 미·중·일 대사에 모두 대선 캠프에서 활동한 비(非)외교관 출신을 발탁했다.
새 정부 출범 후 초대 미·중·일 대사를 비외교관으로 채운 것은 김영삼 정부 이후 처음이다. 주러시아 대사에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만큼 문재인 정부의 첫 ‘4강 대사’는 역대 처음으로 비외교관으로 채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조윤제 주미 대사 내정자는 대선 당시 문 대통령의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 소장을 지냈다. 지난 5월 문 대통령의 유럽연합·독일 특사 임무를 수행했다. 조 내정자는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경제보좌관과 주영국 대사를 지내긴 했지만 경제학자이자 경제전문가로 분류된다.
조 내정자는 이날 외교부 대변인실을 통해 “엄중한 시기에 주미대사에 내정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양국 정상 간 정직한 메신저가 되겠다”고 밝혔다. 이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한·미 간 공조를 더욱 긴밀히 하고 한·미동맹을 굳건히 유지해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현지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조 내정자는 국제금융기구 경제분석관, 대통령 경제보좌관 등 다양한 실무 경험과 이론을 겸비한 학자이자 국제경제 전문가이며 주영 대사를 지낸 바 있어 외교적 역량을 보유한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북한 핵 문제 등으로 대미 외교력이 시험대에 오른 가운데 경제전문가인 조 교수가 발탁되자 ‘코드 인사’ 논란이 나온다.
노영민 주중국 대사 내정자는 3선 국회의원(17~19대) 출신으로 지난 대선에서 문 대통령의 중앙선대본부 공동 조직본부장을 지낸 핵심 측근으로 분류된다. 이수훈 주일 대사 내정자는 문 대통령 당선 뒤 정권인수위원회 역할을 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외교·안보분과 위원장을 맡아 외교·안보 분야 공약을 다듬었다.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자문 동북아시대위원회 위원장을 지냈고,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장으로 일했다.
3강 대사 모두 노무현 정부를 연결고리 삼아 문 대통령의 대선캠프에서 활동한 공통점을 갖고 있어 전형적인 ‘코드 인사’라는 지적이 많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대통령의 국정운영 철학과 신념을 같이하는 인사를 쓰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그건 어느 정부가 집권하든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4강 대사를 비외교관 출신으로 모두 교체키로 한 것은 ‘외시 출신 외교관’에 대한 불신과 외교부의 폐쇄성에 대한 문 대통령의 평소 불만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월18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훌륭한 엘리트가 많이 모여 있는데도 외교 역량이 국력이나 국가적 위상을 제대로 받쳐주지 못한다”며 외교부의 폐쇄성을 지적했다. 또 미국 등 주요국과의 외교 노선에 전면적 변화를 꾀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해석도 있다.
조만간 단행될 재외공관장 인사에도 같은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60여 개 재외공관 중 60여 곳이 넘는 공관장이 교체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은 가운데 이 중 20~30%가량을 비외교관 출신으로 임명할 것이란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선 현 정부 출범에 기여한 전직 의원 등 캠프 인사들이 특정 지역 공관장에 공공연하게 거론되고 있다.
주미 대사 조윤제 △1952년 부산 출생 △경기고, 서울대 무역학과, 미 스탠퍼드대 경제학 석·박사 △청와대 경제보좌관 △주영대사 △서강대 국제대학원 원장 △KAIST 금융전문대학원 초빙교수
주중 대사 노영민 △1957년 충북 청주 출생 △청주고, 연세대 경영학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 △국회 신성장산업포럼 대표 △제17, 18, 19대 국회의원
주일 대사 이수훈 △1954년 경남 창원 출생 △마산고, 부산대 영문과, 미 앨러배마대 사회학 석사, 미 존스홉킨스대 사회학 박사 △대통령 자문 동북아시대위원회 위원장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외교·안보분과 위원장 △경남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손성태/김채연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