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450㎞ 달리는 전기차 배터리 세계 첫 개발

입력 2017-08-30 17:54
수정 2017-08-31 13:58
SK이노베이션 '분리막 기술'로 배터리 한계돌파
니켈 함량 80%까지 확 높인 전기차 배터리 첫 개발
원가 확 낮춰

LG화학·삼성SDI 제치고 양산
한수 아래 평가받던 배터리
세계 2위 '분리막 기술' 앞세워 배터리 수명·밀도·안정성 多 잡아

코발트 비중 낮춰 원가 경쟁력↑…2018년 3분기 전기차 배터리 '시동'


[ 고재연 기자 ]
SK이노베이션이 세계 최초로 1회 충전 시 450㎞를 달릴 수 있는 전기자동차 배터리 양산에 들어간다. 지금까지 개발된 배터리보다 주행거리가 100㎞가량 늘어났다. 배터리에 들어가는 니켈 비중을 최고 80%까지 높이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서울~부산(428㎞)을 한 번에 갈 수 있는 혁신적 기술의 등장으로 전기차 대중화가 더 앞당겨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존하 SK이노베이션 배터리연구소 셀개발실장은 3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세계 최초로 중대형 NCM811(니켈 코발트 망간 비율이 8 대 1 대 1) 배터리 양산을 시작해 오는 12월부터 에너지저장장치(ESS)에, 내년 3분기부터는 전기차 배터리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화두는 주행 거리 확대와 원가 경쟁력 확보다. 이를 위해서는 양극재에서 니켈 함량을 높이고 코발트 함량을 낮춰야 한다. 니켈 함량이 높을수록 에너지 밀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희귀금속으로 세계적인 생산량 감소 여파로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코발트 함량을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생산비 절감에도 도움이 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거래되는 코발트 현물 가격은 지난해 8월 t당 2만5750달러에서 지난 25일엔 6만500달러로 1년 새 135% 치솟았다.

반면 완성차 업계는 전기차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배터리 납품 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배터리값은 전기차 원가의 40%에 달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LG화학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전기차 배터리 업체가 연구개발(R&D)을 강화해 코발트 비중을 낮추면서 출력을 높인 배터리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선 이유다.

◆분리막 기술이 비결

한 번 충전하면 수백㎞를 달릴 수 있는 고용량 2차전지는 양극재에서 코발트 비중은 낮추고 니켈 함량은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해왔다. 각 성분 비중이 1(니켈):1(코발트):1(망간)인 NCM111 배터리를 양산하던 배터리 업계는 2014년부터 니켈과 코발트, 망간 비율이 각각 60%, 20%, 20%인 NCM622 배터리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기술적 한계 때문에 그 이상으로 니켈 비중을 높이기가 쉽지 않았다. 니켈 함량을 높일수록 안정성이 떨어져 폭발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LG화학과 삼성SDI 등은 그동안 내구성이 강한 소형 원통형으로만 양극재의 니켈과 코발트, 망간 비율이 각각 80% 10% 10%인 NCM811 배터리를 생산해왔다. 이 같은 소형 배터리는 노트북, 전기자전거 등에 사용된다.

SK이노베이션이 이번에 LG화학과 삼성SDI 등의 선발주자들을 제치고 중대형 NCM811 배터리 양산에 성공한 비결은 세계 최고 수준의 배터리 분리막 기술 덕분이다. 이 회사의 안정성을 강화한 세라믹 코팅 분리막 기술은 일본 아사히카세이에 이어 세계시장 점유율 2위다. NCM811의 약점은 △가스 발생 △열 발생 △짧은 배터리 수명이었다. SK이노베이션 배터리연구소는 분리막 양면에 세라믹 코팅을 하고, 열 저항이 높은 바인더를 사용해 150~200도 고온에서 버틸 수 있도록 제작했다. 가스 발생 및 배터리 수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양극재를 알루미늄 등 이종복합성분으로 특수 코팅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이 방식을 통해 충·방전이 반복될수록 배터리 부피가 팽창하는 문제도 해결했고, 배터리 수명도 늘어났다.

◆자동차업계도 놀란 기술력

이 실장은 “처음 NCM811 배터리를 개발한다고 했을 때 완성차 업계가 성공 가능성에 의구심을 나타낸 것이 사실”이라며 “샘플을 제출하고 안정성 테스트를 통과하면서 기술력을 인정받았고, 이제는 ‘믿을 수 있겠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은 내년 3분기부터 기존에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NCM811 배터리를 공급하기 시작한다. SK이노베이션은 다임러벤츠그룹과 현대·기아자동차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NCM811 배터리는 증설 중인 서산 배터리 제2공장의 신규 생산라인에서 본격적으로 생산될 예정이다.

그는 “전기차에 NCM811 배터리를 적용하면 기존 NCM622보다 1회 충전 시 100㎞를 더 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1회 충전 시 최대 350㎞를 주행하는 정도의 기술력만 확보하고 있다. 그는 “주행거리는 배터리 셀의 에너지 밀도도 중요하지만 모듈이나 팩 디자인도 중요하다”면서도 “셀 기술만을 놓고 봤을 때는 2018년까지 1회 충전으로 500㎞를 가겠다는 내부 목표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앞으로도 니켈 비중을 올려 에너지 밀도를 높이고, 코발트 비중을 낮춰 가격 경쟁력을 높여나갈 계획이다. 니켈 함량을 90%까지 높인 배터리도 개발률이 80%를 웃돌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그룹 전체 경영혁신 철학인 ‘딥 체인지(deep change: 근본적 변화)’의 핵심 실천 과제로 배터리 사업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2020년까지 신성장동력인 전기차 배터리와 화학사업을 중심으로 1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은 전기차 보급 확대로 지난해 25GWh(기가와트시)에서 2020년엔 110GWh, 2025년엔 300~1000GWh로 초고속 성장을 이어갈 전망이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지난 5월 기자간담회에서 “1.1GWh 수준인 배터리 생산량을 2020년까지 10GWh로 늘릴 계획”이라며 “글로벌 시장 점유율도 2025년엔 30%를 달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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