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대 '케미포비아'(화학제품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면서 소비자들이 이번에 문제가 된 '릴리안' 외 브랜드도 공개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는 시민단체의 안전성 검사에 릴리안 외에도 총 10종의 제품에서 유해물질이 나왔기 때문이다.
30일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 일주일 간(20~26일) 일회용 생리대 판매는 7월 첫째주보다 4.3% 감소했다. 앞서 주요 유통업체들은 지난 23일부터 깨끗한 나라의 릴리안 생리대 판매를 전면 중단했다.
지난 3월 여성환경연대는 김만구 강원대 환경융합학부 교수와 10종의 일회용 생리대 유해물질 시험결과를 진행했다. 릴리안을 포함한 10종의 생리대에서 총휘발성유기화합물(TVOC) 방출 농도가 확인됐다. 이후 강원대 연구팀의 인터뷰를 통해 릴리안만 나왔고, 나머지 브랜드는 공개되지 않았다.
릴리안 제조사인 깨끗한나라는 지난 24일 소비자 사과문을 내고 생산을 전면 중단했다.
하지만 한편에선 환경연대에 휘발성유기화합물이 검출된 나머지 9개 브랜드 상세 내역 등 공개를 요청하면서 법적 소송까지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사 브랜드만 공개된 데 따른 피해가 크다는 얘기다.
깨끗한나라 관계자는 "6월만 하더라도 생리혈이 줄었다거나 생리주기 변동 관련한 고객 문의가 한달에 한 건 정도였다"며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생산시설 검사 등을 거친 만큼 빨리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깨끗한 나라의 릴리안 브랜드 외에 나머지 브랜드가 확인되지 않으면서 한국소비자원에 생리대 안전성을 묻는 문의가 늘고 있다. 소비자원에 접수된 생리대 등 여성용품 관련 문의는 지난 7~8월 총 162건으로 지난 상반기(27건)보다 6배 가량 늘었다.
다른 제조사들은 여성환경연대가 진행한 실험에서 나온 유해물질 검출 브랜드를 본인들도 알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한 생리대 제조사 관계자는 "실험에 있는 브랜드명이 공개되지 않아 자사 브랜드 포함 여부는 알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다른 브랜드 공개까진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환경연대는 "전수 조사가 아니며 시험 목적이 생리대 전반에 대한 문제 제기여서 업체명과 브랜드명을 공개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서다. 또 브랜드 공개 결정권을 식품의약안전처로 넘겼다.
식약처는 독성전문가, 역학조사전문가, 소비자단체 등으로 검증위를 구성해 환경연대가 시행한 생리대 유해물질 시험 결과도 검토할 계획이다. 여기서 보고서 공개 여부와 수준을 논의하기로 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아직 검증위에서 환경연대의 결과를 발표할 지 등에 대해서 논의한 바 없다"며 "소비자 불안이 큰 만큼 내부의 인력을 총 동원에 빨리 해결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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