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무조건 관세부과"… 중국 철강 감축안 두번이나 거절

입력 2017-08-29 20:34
FT "대대적 감축 제안에도 거부"


[ 이상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중국으로부터 철강 생산을 줄이겠다는 제안을 받았지만 이를 거절하고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고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2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달 7~8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1주일 뒤 미국에 ‘2022년까지 철강 생산량을 연 1억5000만t 줄이겠다’는 뜻을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G20 회의에서 값싼 중국산 철강이 세계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고 비판한 데 따른 조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거절했다. 트럼프의 측근인 윌버 로스 상무장관이 왕양 중국 부총리와 만난 뒤 트럼프 대통령에게 다시 생각해 보도록 요청했지만 역시 퇴짜를 맞았다.

이어 개최된 미·중 간 포괄적 경제대화는 파행으로 치달았다. 양국 모두 갑작스레 기자회견을 취소했고 공동성명도 내지 않았다. 보여줄 만한 성과가 없다는 점이 뚜렷했다.

한 미국 관료는 중국의 감축 제안 규모가 “상당한 수준”이었지만 규모와 관계없이 “트럼프 대통령이 공급과잉을 해소하는 것보다 관세를 부과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마음을 굳힌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로스 장관은 논쟁 과정에서 자신의 의견이 묵살당하자 충격을 받았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아시아담당 보좌관을 지낸 데니스 와일더는 “트럼프 대통령은 일부 장관보다 더 중국 정부와의 관계 재설정을 바라고 있다”며 “장관들이 ‘파괴적인 전략’을 쓰지 않고 전통적인 방식으로 생각하는 것에 좌절하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경제적 국수주의자로서 중국을 적으로 상정했던 스티브 배넌 전 수석전략가가 백악관에서 쫓겨났지만 백악관의 대(對)중국 전략 자체가 크게 바뀌지는 않으리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치 관련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초 백악관 집무실에서 존 켈리 신임 비서실장과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배넌 등을 모아놓고 “중국이 우리를 비웃고 있다”며 “관세, 나는 관세를 원한다고 항상 얘기했는데도 이 방에 들어오는 천재들은 지식재산권(IP) 문제를 들고 왔다. 지식재산권엔 관세를 매길 수 없지 않느냐”고 호통쳤다고 지난 27일 보도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